지난 18일 검찰이 단식 중에 병원으로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대부분 보이콧하며 반발했습니다. 민생 관련 법안이 다수 계류된 법제사법위원회도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1시간 만에 산회했습니다. 이날 처리가 미뤄진 대표적인 민생 법안 중 하나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지금은 실손보험금을 타려면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비 세부 내역서 등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보내야 합니다. 번거롭기 때문에 병원비가 소액이면 귀찮아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실손보험 간소화란 이 절차를 모두 전산화시켜, 가입자가 따로 챙기지 않아도 병원 서류가 자동적으로 보험사로 보내지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간소화 논의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됐지만 14년째 ‘제자리 걸음’ 중이었습니다. 찬성하는 보험업계와 반대하는 의료계가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도입되면 현재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진료 정보의 비교가 수월해집니다. 보험사들은 과잉 진료에 따른 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환자 개인 정보가 샐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올해는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환자 정보 오남용 가능성보다 편익이 더 크다고 적극적으로 소명했고, 일부 야당 의원들도 법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법안은 지난 6월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8분 능선’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18일 법사위 회의가 공전하며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습니다. 국정감사 이후인 오는 11월 다시 논의될 수 있지만, 이때는 예산안 처리 등 다른 사안에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됩니다.

보험 간소화는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의 공약이었습니다. 4000만명에 가까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표심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의 건강만큼 보험 소비자들의 편익도 챙기고 있는지, 누구보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