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현대비앤지스틸우는 주가가 가격 제한 폭(30%)까지 급등하며 2만6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약 40% 하락해 2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갑자기 별 이유 없이 상한가를 찍었다. 이 주식은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보다 이익 배당 우선순위가 높은 우선주였다.
또 다른 우선주 DB하이텍우도 이날 상한가 가까이(28%) 급등하다 전날 대비 12% 오른 3만4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네트웍스우, 흥국화재2우B도 각각 17%, 12% 동반 급등하다 각각 전날보다 3%, 6%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
그런데 이런 널뛰기 움직임을 보이는 우선주들이 다음 달 상장폐지가 예고되어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주식들은 유통 주식 수가 적은 탓에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융 당국이 안내를 해야 하고 주식 발행 기업도 주주들에게 상장폐지와 관련한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폐 종목, 작전 표적 가능성
금융당국은 2020년 6월 ‘우선주 관련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을 내고, 상장 주식 수가 20만주가 되지 않는 우선주들은 2022년 말까지 상장 주식 수를 늘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현대비앤지스틸·SK네트웍스·흥국화재·DB하이텍 등의 5개 우선주는 상장 주식 수를 늘리지 않아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이달 말까지 같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상장폐지하도록 했는데, 29일 현재 이들 우선주 주식 수는 10만주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이들에 대해 상장폐지 우려가 있다고 예고 공시했다. 실제 상장폐지 예고 기간과 정리 매매 기간을 거쳐 다음 달 중순 최종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상장폐지를 앞둔 이 종목들이 최근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다. SK네트웍스우는 지난 21일 별 이유 없이 상한가를 친 뒤 지난 28일까지 33% 급락했다. 삼성중공우(삼성중공업 우선주)도 지난 20일 14% 상승한 뒤 이틀간 연달아 7%씩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작전 세력이 움직인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 주식은 시가총액 규모가 수십억원대로 매우 적어 소액의 자금으로도 쉽게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상태다.
◇보통주와 가격 차이도 커
우선주는 보통주에 있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통상 보통주에 비해 주가가 낮은 반면, 배당은 많이 받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급등락한 우선주들은 적자 등의 문제로 배당을 아예 주지 않거나 매우 적다. 따라서 투자 대상으로서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우선주의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시가배당률은 0%다. 보통주도 시가배당률이 2~3% 수준인데 우선주가 더 낮은 것이다. 연속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 삼성중공업 우선주 역시 보통주와 함께 9년째 배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우선주 주가도 DB하이텍만 빼고 보통주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날 삼성중공우는 10만8000원인데, 삼성중공업은 6560원에 거래됐다. 통상 보통주 주가보다 우선주 주가가 낮은데, 우선주 주가가 오히려 높은 상태다. 그 격차도 16배까지 벌어져 있다.
◇상폐 후, 우선주들 어떻게 되나
상장 주식 수를 늘릴 방법을 마땅히 찾지 못한 이 우선주들은 다음 달 중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유상증자나 액면분할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3~5일까지 상장폐지 예고 기간을 갖고, 6~14일까지는 정리 매매가 진행된다. 이후 15일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돼도 주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상장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할 수는 있다. 배당이 나온다면 정상적으로 지급은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폐지를 앞둔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하며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것”이라며 “작전 세력 개입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