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고(故) 이건희<사진>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7일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삼성은 이날 별도 행사나 기념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이재용 회장도 이날 서울 서초 사옥에 머무르며 평소처럼 계열사 사장들과 회의하며 각종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경영 30주년을 조용히 치르는 것은 과거보다 미래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은 지 9년이 지난 상황이라 이 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끈 삼성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이재용 시대의 삼성은 글로벌 경쟁사를 압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이재용 회장은 세세한 사업 내용을 챙기고, 국내외 첨단 기술 선도 기업 CEO들과 만나 인사이트와 정보를 공유하며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은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강력한 화두를 던지고 전문 경영인에게 실무를 위임했다면, 이재용 회장은 실무형 회장으로 거의 매일 계열사 사장들과 수시로 회의를 연다”며 “삼성이 처한 현실이 과거보다 엄중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이 4조원대 적자를 냈다. 2030년 1위를 목표로 한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선 올 1분기 점유율이 13%로 TSMC(59%)에 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사업 턴어라운드에 매진하는 한편, 반도체 이외의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 고민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 출장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을 두루 만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는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30 엑스포 유치전 ‘4차 프레젠테이션’ 관람(20~21일)과 베트남 경제사절단 활동을 위해 다음 주쯤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