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일러스트/조선DB

앞으로 벤츠가 아반떼를 들이받은 사고를 내도, 아반떼 운전자는 수리비 상관 없이 보험 할증이 유예된다. 피해 차량은 과실이 적은데도 높은 수리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정작 사고 책임이 있는 고가의 차량에 대한 할증 수단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내달부터 고가 가해 차량의 높은 수리 비용이 저가 피해 차량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자동차보험 할증체계를 개선한다고 7일 밝혔다.

고가 차량은 건당 수리비가 평균의 120% 이상이면서 평균 신차 가격이 8000만원을 넘는 차를 말한다. 고가차는 2018년 28만1000대에서 지난해 55만4000대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고가 차량 교통사고 건수도 3600건에서 5000건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고가 차량과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저가 차량은 과실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도 고가 차량의 높은 수리비를 배상함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돼왔다. 반면 가해자인 고가 차량은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현행 자동차보험 할증 체계가 상대방에게 배상한 피해금액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예를 들어 고가 차량의 과실이 90%, 손해액이 1억원이고, 저가 차량은 과실이 10%, 손해액이 200만원이라면, 고가 가해 차량은 저가 피해 차량에 180만원(200만원×90%)만 배상하지만 저가 피해 차량은 고가 가해 차량에 1000만원(1억원×10%)을 배상해야 한다. 할증 기준이 200만원이면, 저가 피해 차량은 보험료 할증이 되는 반면, 고가 가해 차량은 할증이 안 된다.

하지만 내달부터는 고가 가해 차량만 할증이 되고, 저가 피해 차량은 할증이 유예되는 것으로 바뀐다. 적용 대상은 쌍방 과실 사고 중 저가 피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고가 가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의 3배를 초과하고, 저가 피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200만원을 넘은 사고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고가 가해 차량에 대해선 기존 사고 점수에 별도 점수 1점을 가산해 보험료를 할증한다. 저가 피해 차량에 대해선 기존 사고 점수가 아닌 별도 점수만 0.5점 적용해 할증을 유예한다.

금감원은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고가 가해 차량에 대한 할증 점수를 부과하는 등 공정한 보험 산출체계가 마련됨에 따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및 자동차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