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서울 명동 KIC(한국투자공사) 본사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 여성 임원 네트워크인 피이윈(PEWIN) 서울지부 첫 모임을 위해 피이윈 회원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리사 리 프로비던스에퀴티파트너스·PSG 상무, 안승구 KIC 사모주식투자실 부장, 지나 리 페이턴 리니지스트레티직어드바이저 대표. /KIC

“사모펀드업계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임신·출산 등으로 여성 경력이 단절됐을 때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큽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줘서 여성들이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달 설립된 피이윈(PEWIN) 서울지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승구 KIC(한국투자공사) 사모주식투자실 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좋은 여성 인력이 가정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피이윈은 글로벌 사모투자업계 여성 임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사모투자업계 여성 네트워크(Private Equity Women Investor Network)’의 줄인 말이다. 피이윈에는 KKR, 메릴랜드주 연기금 등 대형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여성 임원 1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서울지부는 피이윈의 아시아 첫 지부다.

이날 인터뷰에는 서울지부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리사 리 프로비던스에퀴티파트너스, PSG 상무(PEWIN 뉴욕지부)와 지나 리 페이턴 리니지스트레티직어드바이저 대표(PEWIN 미니애폴리스지부)가 함께했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경력을 시작한 안 부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거쳐 국내 대표적 기관 투자자인 KIC에서 일하고 있다. 사모투자업계의 두 축인 기관투자자(LP)와 위탁운용사(GP)를 모두 경험한 것이다. 그는 “KIC 같은 공기관은 상황이 낫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여성 인력이 적다”며 “저연차에는 여성 직원들이 많은데 대다수가 임원급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체 투자 정보업체 프레퀸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PE업계 여성 임원 비율은 5%로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10국 중 최하위다. 이웃 나라인 중국(홍콩 포함)이 여성 임원 비율 16%로 가장 높았다. 리사 리 상무는 “피이윈의 첫 아시아 지부가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아닌 서울에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사모투자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커졌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여성 근무환경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피이윈 서울지부는 앞으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뿐 아니라 PE업계 저연차 여성들과 입사를 지망하는 여대생들을 위한 멘토링을 계획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피이윈은 회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안 부장은 지난 2018년 샌프란시스코지부에 있던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가입했다. 서울지부의 첫 가입자는 32명이다. 안 부장은 “국내 사모투자업계에 임원급 여성이 워낙 적어서 미국 본부에서는 상무급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규정을 국내에서는 차장급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리사 리 상무는 “피이윈은 건설적인 비판을 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 상사들은 남자 직원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 같은 말을 편하게 하지만 여자 직원들에게는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한다”며 “결과적으로는 남자 직원들이 부족한 점을 고쳐가며 임원으로 성장해가는 동안 여자 직원들은 정체된다”고 했다. 지나 리 대표는 “여성들은 더 오래 사무실에 남아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런 차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인적 교류가 중요한 이 업계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높이 올라가기 어렵다”며 “피이윈을 통해 업계 여성들이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