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장사가 안 돼 버리는 생닭에 고정비까지 매달 300(만원)씩 까먹었고, 1년 치킨집 하니까 빚만 3600만원이야. 모아뒀던 돈 다 까먹고 도저히 못 버텨서 부동산에 가게 내놨지.”

경남 통영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접었다는 윤모(65)씨의 목소리에 한숨이 묻어났다. 윤씨는 작년 4월 가게를 넘기고, 올 1월부터 경비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 또래들 장사에 대해 뭘 알겠어. 나는 돈이 아까운 것보다, 치킨집 하겠다고 뛰어다닌 그 시간과 열정이 너무 아까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생계비를 벌 요량으로 우후죽순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고령층일수록 망한 사람이 새로 창업한 사람보다 많을 정도로 ‘실패 확률’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본지가 국세청 국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신규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60대 이상에서 103%로 분석됐다. 60세 이상에서 가게 낸 사람이 100명이라면 문 닫은 사람이 103명이란 뜻이다.

◇손쉬운 실버 창업, 잦은 폐업 불러

본지가 실버 창업 현황을 해부해보니, 최근 은퇴자들 창업이 몰리는 분야일수록 문 닫을 확률도 비례해서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실버 창업은 소매업과 음식점 등에 쏠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60세 이상 창업 기업 현황을 업종별로 뜯어본 결과, 60세 이상 도소매업 창업 기업은 지난해 3만9878개로, 2016년(2만759개)보다 92.1% 늘었다. 6년 만에 거의 2배 수준이 된 것이다. 도소매업엔 각종 행상부터 점포, 노점, 편의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 한 자영업자 카페에 “종일 공원에서 서성이느니 편의점 인수해 용돈 벌이나 하면 어떻냐”는 한 은퇴자 글이 올라오자, “편의점 상권 싸움도 모르고 오픈했다가 (손님이 없어) 불 켜진 데서 주무시고 우울증 걸린 점주 여럿 봤다”는 답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국세청의 ‘100대 생활 업종’ 자료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 사업자가 많은 업종은 한식 전문점(12만568명), 부동산 중개업(4만5224명), 통신 판매업(3만3403명), 옷 가게(2만5511명), 식료품 가게(2만1205명) 등 순이었다.

고령층은 비교적 손쉬운 창업이 가능한 음식점과 소매업 중심으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60세 이상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2021년 기준)은 음식업의 경우 142.3%, 소매업은 98.2%에 이르렀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음식점 100개 차릴 때 142개 정도는 망해서 문 닫았다는 뜻이다.

◇고령층 일자리는 MZ세대 기피 자리

폐업으로 금세 내몰리는 고령 창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괜찮은’ 고령층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니 생계를 위해 등 떠밀려서 너나없이 자영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현재 고령층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MZ세대가 가기 꺼리는 지방이거나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직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예컨대 경남의 농어촌 지역에 있는 한 병원에선 젊은 의료 인력이 대형 병원이나 큰 도시로만 가려고 해서 인력난이 연중 이어지자, 60세가 넘어도 근무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바꾸는 궁여지책을 냈다. 이렇게 이 병원에선 전체 근로자 120여 명 가운데 30명 정도를 60세 이상으로 채웠다.

고령층의 질 낮은 일자리 문제도 여전하다. 통계청 일자리 통계에서 은퇴가 본격화한 65세 이상 일자리(222만5000개)를 보면 부동산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등),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 서비스업(건물 청소·경비 등)이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한국복지패널 17차 분석(2021년 조사)을 봐도 60세 이상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34.1%, 농림어업 분야가 13.4%에 이르러 단순 일자리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베이비부머 노동력을 더 고부가가치 위주, 경력을 살리는 질 높은 분야에서 활용하는 게 국가적 과제가 됐다”며 “은퇴 고령층에 맞는 취업과 창업 아이템이 많이 개발되면 단순히 고령층 고민을 덜어주는 걸 넘어 새로운 방식의 경제 성장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