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본지와 만난 송민표(왼쪽부터) 코액터스 대표, 조수원 투아트 대표, 이시완 LBS테크 대표. /SK텔레콤

“장애인 대상 사업이 돈이 안 될 것이라는 건 편견이죠. 저는 확실히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소구력 있는 사업이면 모든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유학파 출신으로 LG전자와 삼성SDS 등에서 경영전략을 담당하다 지난 2017년 4월 창업한 이시완(47) 대표가 LBS테크를 창업한 이유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휴대형 내비게이션 서비스 ‘지아이(G-eye)플러스’를 개발했다. 매출 21억원에 직원 25명을 고용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아이플러스는 오차를 최소 1m 수준까지로 낮춘 시각장애인용 정밀 내비게이션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 시내 52개 지하철역 주변, 대전, 부산 등 약 500㎢를 커버한다.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 경사로의 폭, 거리, 기울기 등 모든 정보를 망라하는 것이 현재 개발 포인트다.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이 대표를 비롯해 시각 보조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설리번플러스’를 개발한 조수원(46) 투아트 대표, 청각장애인 택시 ‘고요한M’을 운영하는 코액터스를 창업한 송민표(30) 대표 등 3인의 창업가를 만났다. 이들은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발명으로 꼽히는 자동변속기를 예로 들며 “장애인을 위해 만든 발명이 비장애인에게도 큰 효용이 된다”고 강조했다.

조수원 대표는 우연찮게 창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본래 회계 담당 회사원으로 커리어를 쌓아오던 조 대표는 “대구에 괜찮은 직장이 없어 인재가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뜻 있는 지인들과 함께 2016년 소프트웨어 외주 개발사인 투아트를 차렸다. 설리번플러스를 개발하게 된 것도 지인인 개발자가 시각을 잃으면서 돕자는 차원에서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

설리번플러스는 쉽게 말하면 메뉴판이나 과자봉지 등을 촬영하면 사진 속 글자나 색상 등을 읽어주는 앱이다. 헬렌 켈러의 스승인 앤 설리번(1866~1936)의 이름을 땄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지원되는 모든 언어를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무료 서비스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수익화는 조 대표의 과제다. 그는 수익을 위해 기업용 유료 앱인 ‘설리번A’를 내놨다. 업무용 문서에 특화한 앱으로, A4 용지를 촬영하면 내용을 3~4줄로 요약해 읽어주며, 시각장애인이 본문 키워드 검색도 할 수 있다. 1000회 촬영에 99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송민표 대표는 동국대 창업동아리 친구들과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자”면서 의기투합해 창업에 돌입한 케이스다. 송 대표의 코액터스는 기사 65명을 고용해 서울 지역에서 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택시 면허 없이도 렌터카로 운송서비스를 하는 대신 기여금을 납부하는 ‘혁신 택시 타입1′의 첫 사례로, 택시 면허 100대가 있다. 기사 중 60%가 청각지체 등 장애인이다. 코액터스 차량에는 태블릿 2대가 설치돼 있는데, 한 대는 운전석에 있고 다른 한 대는 우측 뒷좌석에 있는 손님용이다. 손님이 말하는 내용은 기사용 태블릿에 텍스트로 전달된다. 기사는 여러 상황에 맞는 문구를 터치해서 손님에게 전달하거나, 급하면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 청각장애인 기사를 채용한 지방 택시업체들에게는 고요한M 시스템을 판매하기도 한다.

현재 허가 물량 100대 중 65대를 활용해 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송 대표는 앞으로 비응급 환자 병원운송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응급 상황이 아닌 장애인 등 환자들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보내주고, 필요시 동행 도우미를 추가로 배치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들 세 창업가의 서비스는 SK텔레콤의 기지국 정보와 통신 기술 등이 접목돼 있다. 설리번플러스에는 사진 속 글자나 색상 등을 읽어주는 인공지능(AI) ‘누구’와 얼굴 인식 AI가 접목돼 있다. 코액터스는 SK 그룹사 운송앱 ‘우티’와 배차 협력을 하며, SKT의 음성 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지아이플러스는 기지국기반 정밀위치기술(VLAM)이 적용됐다. 이들 세 창업자는 모두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수여하는 ‘글로모(GLOMO)’상 접근성ㆍ포용성을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용 사례 부문에서 수상했다. 송 대표가 2020년 가장 먼저 받았고, 조 대표가 작년, 이 대표가 올해 이 상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대중(大衆)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수익 모델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정부 발주 사업 등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시완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장애인 이동에 관한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배송로봇 사업을 꾸려 회사 매출의 30%를 벌고 있지만, 지금도 상당 부분 행정안전부 입찰 등 정부수주 사업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원 대표는 “외주 개발 사업에서 번 돈과 자본금 등을 투자해 설리번 시리즈 후속작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