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에 도움이 되는 법안만 통과시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법안 처리를 유보하는 여야의 포퓰리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했다. 동시에 국민연금을 덜 받게 되는 65세 이상 하위 소득 노인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법을 ‘쌍둥이 법안’으로 냈다.
그런데 여야는 정작 개혁이 시급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부결하고, 보완 입법인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시켰다. 연말 대통령 선거와 이듬해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국회가 선심성 정책만 통과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표를 잃을 게 뻔한 정책은 뒷전으로 하고, 단물만 빨아먹었다는 것이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사발은 엎고 사탕만 먹은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 없이 막대한 재정 부담만 떠안는 것은 “납세자 부담을 키우는 대형 사고”라며 맹비난했다. 유 장관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은 국회의 결정에 대해 “재정 부담의 몫을 미래 세대에게 남기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당시와 지금은 여야가 바뀌었지만, 공교롭게도 국무총리는 한덕수 총리로 같았다. 한 총리는 당시 대통령에게 기초노령연금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등 정부와 국회가 강경 대치했다. 현재 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이른바 ‘MZ세대 착취법’을 노무현 정부가 막아선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강대강 대치 끝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수정, 통과됐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소득의 9%)대로 유지하되, 급여 수준을 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낮췄다. 내는 돈은 그대로 두고 받는 돈은 줄어들게 한 것이다. 국민연금법이 통과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정부가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없이 의결했다.
중·장년 표를 의식하는 국회는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정부와 여야는 2013년 법정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높이는 조항을 만들면서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직무·성과급, 임금피크제 등은 의무화하지 않았다. 대신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으로 책임을 기업에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