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위해 오리농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뉴스1

오리 농가 10곳 중 6곳이 비닐하우스나 판넬 등 가건물에서 오리를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가금 농가 5130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작년 10월부터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 각지로 퍼지는 가운데 오리 농가 시설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가금 농가 10곳 중 6곳(63.6%)은 일반건축물에서 가금류를 기르고 있었다. 축종별로 보면 닭 농가(4301곳)는 약 70%(2991곳)가 일반건축물에서 닭을 기르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닭을 기르는 경우는 전체 닭 농가의 14.6%(628곳)에 불과했다. 사육 환경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반면 오리는 사정이 달랐다. 전체 오리 농가 828곳 중 가건물에서 오리를 기르는 경우가 503곳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심지어 일반건축물(325곳)보다 비닐하우스(403곳)에서 사육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비닐하우스는 방역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보온성도 떨어진다. 겨울철 추위에 가금류 면역력이 약해지면 AI 등 질병이 퍼지기 좋은 구조다.

정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가금 농가를 대상으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장 열악한 시설인 비닐하우스를 판넬형 등 그나마 나은 가건물로 시설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시설 현대화 사업은 정부가 융자 80%를 지원하고, 나머지 20%는 농가가 자부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리 농가들은 “시설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 협회와 농가 측은 ‘정부가 시설 개선에 드는 비용을 융자가 아닌 보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 농가 측은 방역시설 개선안 등을 담은 ‘오리 사육 표준 모델’을 만들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정부에 전달하고, 내년부터는 시설 개선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의 제안을 살펴보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작년 10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전국 가금 농가에서 총 63건의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그 중 33건이 오리, 28건이 닭 농가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