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바꾸는 가입자들이 매년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퇴직할 때 정해진 퇴직금을 받는 DB형과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해 불려나가는 방식이라 ‘묻어둔다’는 개념보다는 ‘굴린다’는 공격적인 투자의 의미가 강하다. 이런 갈아타기는 2020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강해졌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한 건수는 2019년 5만197건에서 2020년 13만7248건으로 급증했다. 4만~5만건 정도였던 DC형 전환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11만9636건으로 10만건을 넘었고, 올해는 9월까지 8만2697건으로, 연말까지 10만건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 퇴직금은 내가 정한다

통상 퇴직연금 운용 방식은 회사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회사 퇴직연금이 DB형으로 돼 있더라도 개인이 회사에 요청해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최근에는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개별 주식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펀드 투자는 할 수 있다. 올 하반기 같은 약세장이라면 주식형 ETF를 저가 매수하거나, 고금리 정기예금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2019년부터 DC형이 대세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후 13년이 지난 2018년에도 DB형 가입자가 305만3230명으로 DC형(286만6991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역전됐다. 지난해에는 DC형 가입자가 352만8935명으로 DB형(312만7550명)과 격차가 40만명 넘게 벌어졌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간 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별도로 운용하지 않아도 되고, 투자 손실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퇴직 직전 임금이 기준이기 때문에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 상승률이 높은 근로자에게는 DB형이 유리할 수 있다.

반면 DC형은 매년 회사가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스스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상품에 돈을 넣었다가 수익이 발생하면 내 몫이 되지만,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DB형이 원금보장형 예금상품이라면 DC형은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에 비유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퇴직할 때까지 앞으로 예상되는 임금 상승률이 투자수익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DC형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DC형으로 한 번 전환하고 나면 다시 DB형으로 전환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DC형은 전환 시 ‘목돈’ 받아 투자 가능

DC형으로 전환하면 퇴직 시 퇴직금을 받는 것처럼 목돈이 생긴다. 최근 3개월 월 평균임금에 전환 시점까지의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DC형 계좌로 넣어주기 때문이다. 이때 목돈 투자는 한두 개 금융상품에 집중하기보다는 적절한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지수 등 국내외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증시 ETF들을 중점 투자 대상으로 삼고, 유망 테마(투자 주제) ETF에 분산 투자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월배당 ETF가 연이어 상장되고 있는데, ETF에서 나오는 배당금(분배금)으로 테마 ETF에 투자해 추가 수익도 노려볼 수 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 상품팀 부장은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투자자라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여기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반도체·전기차 ETF 등 유망 테마 ETF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최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연금 계좌의 ‘절세 혜택’을 활용해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박동수 퇴직연금사업부장은 “퇴직연금 내에서 적립금을 운용할 때 배당소득세나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고배당 ETF·리츠 등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금리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기예금이나 채권 ETF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

DB(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까지 기업이 자금을 운용하다가 퇴직 시 정해진 퇴직금(퇴직 전 3개월 월 평균임금에 근로 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은 기업이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매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개인이 직접 운용해 불려나가는 방식의 퇴직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