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에 흩어져 있는 내 금융 정보를 한 회사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각종 서비스, 투자 조언 등까지 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지난 1월 시행돼 1년이 됐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약 5854만명(중복 포함)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각 금융사가 주고받은 자료 등은 1200억건을 넘는다. 내년 6월까지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가 현행 492개에서 720개로 순차 확대되면 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가입자가 늘면서 대중화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고령층 금융 문턱이 더 높아진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은행 앱도 제대로 못 써서 지점을 방문하는데 ‘마이데이터’는 뭐냐”는 말이 나온다.
◇거래하는 은행, 카드, 증권사 앱에서 연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금융사는 은행(10개)과 여전사(9개), 증권사(7개) 등 총 56곳이다. 소비자는 거래 중인 금융사 앱이나 웹사이트에 들어가 ‘다른 회사에 있는 내 정보를 가져다 써도 좋다’고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동의하면 된다.
여러 금융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중복 가입할 수도 있다. 은행 마이데이터는 자산 관리에, 카드사 마이데이터는 소비습관 관리에 강점이 있어 대체로 여러 곳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표준화가 핵심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후 정보 수집 속도는 20배나 빨라졌다. 25일 마이데이터 전문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종전에는 30~40초가량 걸리던 개인의 자산 업데이트 속도가 마이데이터 이후 2초로 20배 단축됐다. 한 앱에서 다른 금융기관 정보를 연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금융사 10곳당) 역시 과거엔 30분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길어야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금융기관 정보 연결 성공률은 두 배로 높아졌다.
◇금융 상품 비교 등에 그친다는 지적도
마이데이터는 자산과 소비습관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맞춤형 금융 설루션(상품 추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한다. 하지만 아직은 개인화 서비스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리 순으로 예·적금과 대출 상품을 나열해 보여준다거나 최근 인기를 끄는 카드를 제안하는 수준에 그칠 뿐 “고객님은 B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OO만원 더 유리하다”고 추천하는 단계까지 못 나가는 것이다. 보험 추천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보험중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 문제로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그나마 호응이 높은 곳은 자산·지출 관리 파트다. 4년 차 직장인 최모(29)씨는 마이데이터 대표 서비스인 통합자산관리 리포트를 받아본 후, 또래보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정기예금과 연금 부분을 채웠다. 그는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고령층에게는 금융 문턱 더 높아질 수도
이처럼 고객이 정보 주권을 행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이 낯선 고령층에겐 남의 얘기다. 비대면으로만 이뤄지는 서비스라 모바일 앱 활용이 안 되면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에 모바일 뱅킹을 써 온 고령층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 가입 고객 중엔 60대 이상도 20% 정도나 된다. 20대(22%)와 30대(18%), 40대(19%)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고령층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은 오프라인 방식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원이 방문 고객의 동의를 받아 창구에서 고객의 전(全)금융 데이터를 조회한 뒤 상품 추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생태계 확장이 기대된다는 취지지만, 개인정보법 위반이나 상품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규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색다른 부수·겸영사업을 하려 해도 신고·수리에만 평균 3~4개월이 걸려 신사업 추진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법에서 허용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라 사업자들이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