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과 기업의 유착을 막기 위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뒤 회계법인들이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대폭 수정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은 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회계 오류가 발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과 기존 회계법인이 스스로 감사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외부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간은 금융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로, 2020년 도입됐다.
5일 한국공인회계사와 한국재무학회는 ‘감사인 지정 제도의 효과 분석 세미나’를 열고,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전후해 재무제표를 대폭 수정하는 기업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보통 기업이 먼저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이를 검토해 잘못된 내용에 대한 수정 작업을 거친다. 발표자인 서울대 김우진·백복현 교수는 감사 전과 후의 기업 재무제표를 비교, 순이익 부분을 5% 이상 높이거나 낮추는 큰 폭의 감사 조정을 한 기업의 비율을 조사했다. 2020년 첫 주기적 지정을 받은 기업의 경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5% 이상 감사 조정을 한 기업의 비율이 34% 이하 선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지정 전해인 2019년 50.2%로 수치가 확 올라갔다. 2020년 주기적 지정을 앞둔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지정 직전 해에 큰 폭의 감사 조정을 했다는 의미다. 그러다 지정 당해인 2020년엔 41.4%, 2021년엔 33.6%를 기록해 점차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2021년 주기적 지정을 받는 기업의 경우도 비슷한 변화를 보이는데, 전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 패턴이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해 “주기적 지정을 전후해 기업들이 더 엄격한 감사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인의 독립성 개선과 기업의 자체적인 공시 품질 개선 노력이 발견된다”라고 설명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 전 재무제표는 보통 공개되는 사례가 드물어, 감사 전후 재무제표를 비교하는 연구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초다”라며 “그동안 미공개된 채로 닫혀 있던 감사인의 직접적인 노력을 수치화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