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태와 글로벌 3대 거래소인 FTX의 파산 등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법이 없는 상태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국내 유일한 법인 특정금융정보법은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자금세탁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1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가상화폐 관련 법안은 총 16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국회 정무위원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낸 법안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지난달 낸 법안이 새로 만들어지는 가상화폐 투자자보호법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법안 모두 가상화폐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 등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할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올 들어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면서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1조3000억원)에 비해서 줄었지만, 투자자 수는 690만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투자자 보호의 대상을 ‘가상화폐’로 한정할지, 아니면 범위를 확대해 좀 더 포괄적인 ‘디지털 자산’으로 할지 등에 대해서는 두 법안이 입장이 다르다.
윤창현 의원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백혜련 의원 법안은 ‘가상자산’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원래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등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자산은 가상자산에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를 더한 개념”이라며 “(현재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과 용어가 다르면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NFT(대체 불가 토큰)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NFT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법안의 규제 대상은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용자 보호·불공정 거래 차단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선 고객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하고, 고객 자산에 대해서는 명부 작성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거래소가 해킹·전산장애 시 고객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처럼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 조종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한다. 또한 거래소가 임의로 고객의 가상화폐 입출금을 차단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이로 인해 고객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 배상하도록 한다. 금융위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거래소가 임의로 이용자 입출금을 차단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를 금융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직·인력·예산 확보를 전제로 감독·검사 업무를 맡겠다”고 했다.
◇가상화폐 과세는 2년 뒤로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해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원래는 내년부터 가상화폐의 양도·대여 등을 통해 얻은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세율로 세금을 물리기로 했는데, 2년을 늦추기로 한 것이다.
가상화폐 과세가 유예된 것은 올 들어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가상화폐 외에 NFT 등에 대한 과세 방안 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조8000억달러(약 3800조원)를 넘었던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지금 7400억달러(약 1000조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국내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화폐 시총도 지난해 말 32조2000억원에 지난 6월 말 23조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