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규제를 푼다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때문에 빌릴 수 있는 돈은 별로 안 늘어납니다.”
28일 오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정부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책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무주택자 등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상향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1억 이상 대출을 받는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소득이 낮은 서민들의 대출 한도는 크게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거래를 막는 ‘대못’으로 불린 두 가지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DSR과 고금리라는 허들을 넘어야 해 당장 주택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연봉 높을수록 대출 한도 증가 폭도 커…LTV 완화해도 DSR 40% 걸림돌, 고소득자 아니면 대출에 큰 제약
KB국민은행이 비상경제민생회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한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고소득자일수록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14억원짜리 아파트 구입 시 연봉 7000만원인 대출자나 1억원인 대출자나 똑같이 4억6000만원만 빌릴 수 있지만 LTV 50% 완화 이후 대출 한도 증가 폭은 2억3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예컨대, 연봉 7000만원의 무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시세 14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현재는 은행권 최대 주택담보대출(40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연 4.8%) 한도가 4억6000만원이다. 9억원까지는 LTV 40%, 9억원 초과분에는 20%를 적용한 결과다. 이 경우 연간 원리금이 2589만원이어서 DSR 40%(2800만원) 기준도 충족한다.
여기서, 정부 발표대로 LTV가 50%로 높아지면 대출 한도가 집값의 절반인 7억원까지로 올라가지만, DSR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7억원을 모두 빌리게 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939만원이 되는데, 연봉 7000만원인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이 2800만원을 넘으면 안 돼 실제로는 4억97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대출 한도가 현행보다 3700만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연봉 1억원인 대출자는 DSR 상한이 4000만원이어서 LTV 한도인 7억원을 다 빌릴 수 있다. 이전보다 대출 한도가 2억4000만원이나 늘어나는 것이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규제 완화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연봉이 5000만원인 대출자는 DSR 규제에 묶여, LTV 규제 완화 이후에도 현행과 동일하게 3억5500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시세 16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해도 소득별 대출 한도 편차가 컸다. 현재는 주택 가격이 15억원을 초과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는 LTV 50%(8억원)·DSR 40% 규제를 적용해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연봉 5000만원인 대출자는 3억55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로 빌릴 수 있는 반면, 연봉 7000만원이면 4억9700만원, 1억 연봉이면 7억원으로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이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자가 아니면 DSR 규제에 걸려 여전히 대출에 큰 제약이 있다.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금리도 부담…“대출규제 추가 완화를” 주장 나와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도 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이 취급한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15%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연 4.79%로 2012년 5월 이후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 폭(0.44%포인트)도 2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한국은행이 연 3.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앞으로도 빠르게 오를 전망이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4~6.82%, 고정금리는 연 5.35~7.43%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연내 주담대 최고금리가 8%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는 다소 증가하겠지만, 금리 급등으로 인해서 이번 대출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