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아지고 있는 법정금리에 폐업하고 있는 전당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전당포. 2022.10.17 /남강호 기자

서울 종로 3가에서 전당포를 하는 김모(62)씨는 “요샌 문만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만난 그는 “70~80%가 20만원 정도 빌려달라는 사람들인데 담보를 잡았다 손해 나는 일이 많아서 절반 넘게 그냥 돌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보통 석 달 빌려주는데 손님을 많이 받으면 그 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아서 못 한다”고 했다. 예전보다 전당포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빌려줄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문을 닫은 전당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종로 2가에서 5가 사이 7곳 정도였던 전당포 중 4곳이 폐업했다. 종로 5가에서 34년 전당포를 하다 지난 6월 문을 닫은 전모(68)씨는 “내가 아는 전당포만 최근에 4~5군데가 그만뒀다”고 했다.

대부 업체 문턱도 넘기 어려운 서민들이 쉽게 빌렸다 갚았다 하는 ‘똑딱이 급전’을 융통하는 최후의 장소인 전당포마저 돈 값이 오르면서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졌다.

대부 업체들이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를 요구하거나, 저축은행 등에서도 신용 점수가 낮으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제도권 금융 밖으로 떠밀려 나가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중이다.

◇대부 업체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선호

대부 업체 고객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연 20% 이상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시작된 현상인데 올 들어 금리까지 뛰니 더 급격하게 고객이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 업체 이용자는 112만명으로 2018년(221만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대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금 경색과 법정 최고 금리 제한 때문에 우리가 대출을 못 해주자 사채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 업체들이 원래 역할이었던 소액 신용대출을 외면하고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고 위험이 낮은 고액 담보대출의 비중을 늘리면서 대부 업체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 업체 대출 중 담보대출의 비율이 2019년 44%에서 지난해 52%까지 증가했다. 절반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대부 업체 이용자의 1인당 대출액은 2019년 896만원에서 2021년 1308만원으로 급증했다. 대부 업체가 소액 신용대출을 줄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불과 6년 전인 2016년까지 ‘30일 무이자’ 이벤트를 앞세우며 모객을 하던 대부 업체들이 이제 손님을 가려서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골목길에 대부 업체의 광고용 명함이 떨어져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자금 경색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민들이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대부 업체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담보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대부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장련성 기자

◇저축은행 등도 문턱 높아져

2금융권인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의 대출 문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신용자들에게는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13.26%로 10년 전인 2012년 8월(연 23.54%)보다 크게 낮아졌다. 저축은행들이 고객들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내린 것이 아니다. 신용 점수가 낮은 고객들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임원은 “자금을 끌어오기는 어렵고 대출 이자는 연 20%까지만 받을 수 있으니까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만 골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 연 3476%까지 받는 불법 사채 기승

대부 업체에서도 내쫓긴 서민들은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2017년 5937건에서 2019년 4986건까지 줄어들었다가 2021년에는 9238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불법 사금융 관련 신고가 2068건에 달한다.

사채업자에게 일주일 후 원리금 5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20만원의 선이자를 뗀 뒤 30만원을 빌렸다 돈을 갚지 못해 시달리다 금감원에 신고한 사례 등이 늘어나고 있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즐겨 쓰는 속칭 ‘30·50 거래’인데 연간 대출 금리로는 3476%에 달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등록 대부 업체 이용자의 평균 금리는 연 229%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급전을 융통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에게 정책금융 상품이나 복지 제도를 통해 도움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