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7월까지 전세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정부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은(대위변제) 금액이 1727억원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의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가운데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대신 갚아준 금액이 1727억원이고, 53.4%(922억원)가 2030세대의 대출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최대한) 대출’에 나섰던 2030세대가 급격한 금리 상승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30 세대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금융공사는 전세자금보증에 가입한 전세 대출 차주가 향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이를 대신 은행에 갚은 뒤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다. 3개월 이상 전세 대출 이자가 밀리고 더 이상 상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돼 은행이 ‘사고’ 대출로 분류한 경우나 전세 대출 차주가 개인회생·파산 절차에 들어간 경우 이를 은행에 대신 갚아준다. 2년 전부터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도 대위변제 해주고 있지만 전체 금액이 6억~7억원으로 많지는 않다.
◇전세 대출 못 갚는 2030세대 급증
대위변제 금액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42%(752억원), 2018년 41.3%(749억원), 2019년 42.1%(711억원), 2020년 41.3%(985억원) 등으로 40% 초반이었는데 지난해 46.7%(1011억원), 올해 7월 기준으로는 53.4%(922억원)로 뛰었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여파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75%가 2030세대인데, 상당수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 사고도 역대 최다
세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전세 대출을 갚지 못하면 발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안심대출’ 사고 건수도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전세보증금안심대출 특약보증(특약) 사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건수는 939건으로 2013년 상품 출시 이후 가장 많았다. 사고 건수는 2018년 203건, 2019년 509건, 2020년 88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전세금안심대출보증 특약’은 임차인이 대출금을 은행에 갚지 못하면 HUG가 대신 갚아주는 특약이다.
◇전세 대출 94%가 변동 금리
금융권에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는 연 4.23~6.55% 수준으로 작년 말보다 상단이 1.75%포인트나 뛰면서 7% 돌파를 넘보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동 금리형 전세 대출 비율이 93.5%(151조500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으로 이자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30 청년 세대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전세 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0대 대출자가 30만6013명(22.2%), 30대가 54만2014명(39.4%)에 달한다. 2030세대 대출자가 61.6%를 차지했다. 대출 금액 기준으로도 20대 대출자가 23조8633억원, 30대가 70조1325억원으로 2030세대 전세 대출 잔액(93조9958억원)이 전체 대출금의 55.6%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세 대출은 고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연 3%대 후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진선미 의원은 “전세 자금 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이라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하지 않도록 전세 자금 대출 대환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