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뉴스1

‘금융통’으로 알려진 김용범 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외환) 위기 때 금을 모으던 국민이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달러를 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환율이 더 오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고 할 상황이 아니어서 지나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 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썼다.

또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김 전 부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은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달러 예금 잔액은 기업(84.1%) 비율이 개인(15.9%)보다 월등히 높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 비율은 지난 1월(20%) 이후 올 들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119억4000달러로 전달 대비 5억5000달러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 들어 환율이 오를 때 개인들은 이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팔았는데, 추가 상승을 기대한 기업들은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환 자유화 시대라고 하면서 달러 예금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