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상한 외화 규모가 10조원대(이하 원·달러 환율 1400원 기준)로 불어났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잠정치(9조1560억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은행들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라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2일 금감원은 은행권 자체 조사에서 이상 외화 송금 의심 사례가 포착된 12개 은행을 검사한 결과, 82개 업체(중복 제외)가 관련된 72억2000만달러(10조1000억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달여 전 중간 조사 발표 때보다 송금 규모는 9500억원 정도, 관련된 업체 숫자는 17곳이 늘었다.
금감원은 “대부분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 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로 추정된다.
송금된 외화가 가장 많이 흘러 들어간 국가는 홍콩(51억8000만달러, 71.8%)이고, 일본(11억달러, 15.3%)과 중국(3억6000만달러, 5%) 등 순이다. 송금 규모는 신한은행(23억6000만달러), 우리은행(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7억5000만달러) 등 순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