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침묵의 암살자’입니다.”
기획재정부 경제규제혁신태스크포스(TF) 팀장인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22일 “규제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공동 팀장으로 경제 분야 규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팀장으로 규제 개혁 업무와 세 번째 인연을 맺었다.
-모든 정부가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갈등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섰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규제 개혁과 동일시됐다. 그런데 누가 봐도 허용해줘야 할 사업만 받아들였다. 관료들이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샌드박스에 편입돼도 몇 년간 실험만 하고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이 많다.”
-시급한 규제 개혁 분야는
“수도권 규제다. 한국이 가진 탁월한 자원인 수도권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도권 그린벨트에는 이미 공장 등이 많이 들어서 개발 제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여기에 세계 굴지의 연구·개발(R&D) 단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규제를 풀어 그린벨트에 아파트만 짓자는 발상은 너무 처참하다.”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 도입 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타다는 처음에는 불법이 아니었지만 택시 업계 여론이 악화되자 법률로 불법화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혁신의 뿌리가 다 잘려나갔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택시난도 우리 사회의 다이내미즘(역동성)이면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인데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규제 때문이다. 우리가 매우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해외에서 규제 개혁 모범 사례를 찾는다면
“핀란드는 국민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규제 개혁을 2007년 단행했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국민의 80% 이상이 스스로 의료 기록을 확인하고 전자 처방전을 발급받는 서비스 향상을 경험했다. 민간 기업이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법을 고쳐 화이자·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 10년간 헬스테크 산업이 5배 성장했다.”
-규제 개혁의 경제적 효과는?
“현재 2% 수준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5%대로 뛰어오를 수 있다. 학계에서는 규제에 따른 비용이 최소 연간 300조원씩 나간다고 본다. 한국 한 해 예산의 절반이다. 여행·숙박업 규제를 푸니까 관광 산업이 일어난다. 부작용이 무섭다고 포기하면 신산업 기회를 영영 잃는다. 교통사고를 예상해서 자동차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곤란하지 않았을까.”
-현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통령의 메시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최근 대형 마트 의무 휴업을 조정하려다 유예했다. 정치적 저항은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규제 비용·편익 분석 등 객관적 증빙을 서둘러 갖추고 반대 의견을 설득하고 버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