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에 연동해서 하청 업체 납품 단가를 높여준 기업은 하도급법 위반 시 매기는 벌점을 깎아준다고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답니다.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물가 연동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인상해줬다면 다른 하도급 위반으로 벌점을 받을 때 최고 3.5점까지 감경해준다는 겁니다.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벌점 2.5점, 검찰 고발까지 당하면 벌점이 3점인 걸 감안하면, 3.5점은 엄청난 혜택입니다. 누적된 벌점이 5점 이상이면 공공 입찰에 아예 참가할 수도 없습니다.

하청 업체들에 도움을 주는 제도의 확산을 위한 것이니 혜택이 좀 넘쳐도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위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라 뒷말이 나옵니다. 당초 공정위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시장 원리에 반한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달라졌습니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인기 영합주의’로 가는 것 같아 걱정될 정도입니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처음 논의가 나왔을 때 공정위는 부정적이었습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 단가는 사인 간의 계약으로 정하는 것인데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 기능만 왜곡된다”며 “계약이란 건 각 계약 당사자의 미래 예측까지 포함한 일종의 시장 질서다”라고 했습니다. 민간이 자율로 해야 할 걸 국가가 나서면 안 된다고 했죠. 시장 질서 수호라는 공정위의 책무에 비춰보면 이게 공정위의 정론일 듯도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는 입장을 바꾸게 됐습니다. 여기다 정부가 시동을 거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뜨고 있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고 ‘민생경제안정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만큼, 오는 29일 특위에서 최우선 처리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시범 운영을 통해 부작용이 뭔지 파악이나 하고,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권의 입은 너무나 가볍습니다. 이런 정치권 앞에서 제 목소리 못 내는 공정위도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