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유정에서 석유 생산 시설이 작동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 2월 이후 반 년 만에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AFP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3%(2.12달러) 내린 배럴당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가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2월 10일(89.88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10월물 브렌트유가 2.75%(2.66달러) 하락한 배럴당 94.1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2.71%(2.67달러) 떨어진 95.73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배럴당 120달러대로 치솟았던 3대 유종(油種) 가격이 최근 일제히 급락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경기 둔화와 에너지 수요 위축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최근 27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했다.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애드 모스 시티그룹 원자재부문 대표는 지난 1일 블룸버그에 “연말이면 브렌트는 80달러대 중반, WTI는 8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리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져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브렌트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연말에는 13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