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지금 주식회사 한국의 경제사령탑을 맡아 위기 돌파 책임을 지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뉴스1

☞ ①/②편에서 계속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의 대화는 주제의 범위를 좀 좁혀 한국경제가 갖는 특수성과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으로 이어졌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갖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가계부채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크다. 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중소기업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이어져왔다. 이런 자금 지원으로 위기는 넘겼지만 시장에 의한 자연스런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 경영과 재무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살아가고 있는 좀비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원이 끊어질 때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지원이 중단되고 내년에 경기가 나빠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런 기업들에게 자금 지원을 무기한 할 수도 없다. 물가 때문에 유동성 지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계속 자금을 대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이 내년에 문제가 생기면 노동시장도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복합불황 위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복합불황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금융 뿐 아니라 실물경제도 침체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의 급속한 긴축정책으로 주식이나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이 침체되고, 내년에는 실물경제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고 양적긴축에 들어가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이 돈을 빼 낼 것이다. 그러면 주식과 채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국내적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물경기에도 악영향을 주는 까닭에 금융과 실물경기가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복합불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 시장에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자금을 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8일 금융시장 동향이 전광판에 나타나 있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뉴스1

—국내 부동산 경기는 어떻게 될까?

“금리 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워낙 많이 올랐으므로 조정을 받는 것은 적당하다. 하지만 너무 급락하면 부작용이 많으니까 연착륙을 시켜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까?

“하향 안정 방향으로 연착륙을 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아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조정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하고 있다. 다만 가격이 천천히 내려가야지, 급락한다든지, 하향 후 다시 올라간다든지 하면 위험하다. 정부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연착륙 시키는 정책을 쓸 것이라고 본다.”

물가를 잡으려면

—올해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보나?

“첫째, 통화당국이 어느 정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시켜야 한다.

둘째, 정부는 금리인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다만 경기부양을 위한 대대적 조치를 하면 안된다. 올해 경기부양에 나서면 물가만 오르고 내년에 쓸 재정 실탄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에 대비해 쓸 실탄을 비축해야 한다.

셋째, 공급망이나 유통망 개선을 해야 한다.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이번 물가 위기는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통망을 개선하거나 대체 공급망을 더 확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품은 다른 다양한 공급망을 확보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공급망 충격을 줄여야 한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뿐 아니라 불합리한 유통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7월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스1

—예전에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썼던 정책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지난 20년 사이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이렇게 물가가 폭등한 것이 20년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생활물가가 올라가니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하여 각 품목마다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효과가 없다. 공무원 1명이 어떻게 전국의 배추 값을 관리하겠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령 이번 물가 위기를 유통 시스템의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예컨대 생산자 단계에서 10원인데 소비자가 50원을 지불하는 복잡하고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한다면 물가의 장기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정책은 어떻게?

—정부가 최근에 문재인 정부 시절의 방만했던 재정지출을 뜯어고치기 위해 재정개혁을 들고 나왔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예산지출을 동결하거나 줄일 필요성은 없나?

“재정건전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된다.”

—무슨 뜻인가?

“내년에 예산을 동결하거나 줄이는 방안은 내년 경제를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내년에는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재정이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면 긴축재정으로 끌어가게 되니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그러니 내년 상황을 보면서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니 무조건 돈 안쓴다는 정책은 좋지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 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연합뉴스

—올해 물가위기에 대응해 저소득층과 빈곤층에게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복지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안정기반과 경제회복력을 강화시키는 측면에서 저소득층과 빈곤층의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저소득층 지원이 일회성 자금 지원이 아니라 복지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일회성 자금 지원은 쓰는 돈에 비해 효과가 작다.”

—그러면 경제위기에 대응해 긴급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할 때 어디에 돈을 써야 하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에 써야 한다. 투자 성공이 불확실해서 민간이 돈을 쓰지 못하는 부문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미래산업과 교육 등에 집중적으로 재정투자를 하는 것도 성장잠재력 증대에 도움이 된다. 재정지출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필요한 쪽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자금을 투입할 때에는 우주산업과 같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미래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6월 21일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뉴스1

—한국 정치권이 매우 혼란스럽다. 정치권의 혼란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고 본다. 지금 많은 정책 결정이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방향, 재정지출의 용도와 규모가 국회에서 결정되고 있다. 지금은 입법권이 예전보다 매우 세다. 결국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하는데, 정치권이 혼란하다는 것은 이러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때를 놓치면 글로벌 경제위기와 공급망 재편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경제, 언제 안정될까?

시계가 5시 30분을 넘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매우 명확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했다. 그의 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입장과 거의 유사했으며, 한은이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이야기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다. 그에게 인터뷰의 주제인 경제 안정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세계경제의 혼란은 언제 끝날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이나 전염병 확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년에는 계속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 같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내년에는 경기둔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에는 물가 위기가, 내년에는 해고 위기가 다가온다는 뜻이다.”

전쟁이나 전염병의 확산이 없더라도 내년 세계경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중개인이 시장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AP 연합뉴스

—내후년, 즉 2024년에는 경제가 안정될까?

“변수가 너무 많아서 지금 예측할 수가 없다. 내년에 올 수 있는 글로벌 복합 위기, 즉 금융과 실물 부문의 동시 위기를 각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대응에 생각보다 장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내년에도 경제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침체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한국경제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경제는?

—한국경제의 혼란은 언제쯤 끝날 것 같나?

“정부가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내년에 잘 대응하면 후년부터는 그러저럭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이번 위기를 잘 넘길 것 같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지금이 더 충격이 크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터진 뒤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왔다. 각국이 공조하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다. 인플레이션도 없었고, 미·중 갈등도 없었다. 수출도 좋았다. 그래서 1년만에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부문 뿐 아니라 실물경제로도 충격이 온 복합불황 상황이다. 예전에는 위기의 원인이 금융 하나였지만, 이번에는 수십년만에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데다 실물경기가 안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위험도 있고, 신냉전 문제도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망 이슈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정책을 한 방향으로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계경제 위기가 금융 뿐 아니라 실물 분야에서도 동시에 전개되면서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1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 무역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연합뉴스

—한국경제는 세계경제보다 빨리 진정될까? 아니면 내부 요인 때문에 혼란이 더 오래가다가 세계경제가 회복된 뒤에야 진정될까?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보면 지금까지는 아직 나은 상황이다.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이 심한 것도 아니고, 유럽처럼 전쟁을 직접 겪고 있지도 않다. 경기도 그만큼 둔화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는 안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니까 외부 상황이 악화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되면 우리가 떠안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정부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내후년에 한국경제가 안정될지, 아니면 여전히 불안할지 결정된다. 변수가 너무 많아 내후년 상황을 지금 예단하기 매우 어렵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7월 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현황과 대응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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