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그는 "지금이 바닥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바닥이 왔을 때 매수를 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지금은 주식이 전보다 싸져 어느 정도 분할 매수를 해도 될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DB

“지금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은 가진 주식을 모두 팔고 시장을 떠나는 겁니다. 너무 비싸게 사서 너무 싸게 파는, 실패한 투자의 전형을 밟아선 안 됩니다.”

월가(街)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지금이 저렴해진 좋은 주식을 분할 매수하기 적합한 시점일지 모른다”고 했다. 1995년 막스 회장이 만든 오크트리캐피털은 1640억달러(약 213조원)를 굴리는 초대형 자산운용사로 글로벌 채권·주식·부동산 시장에 두루 참가한다. 막스 회장이 투자 철학을 적어 때때로 발표하는 ‘메모’(보고서)는 워런 버핏이 “메일함에 있으면 그것부터 읽는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막스 회장과의 인터뷰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급락하고 많은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인 때에 이뤄졌다. 그는 “지금은 바닥으로 향해 가는 그 어디쯤”이라며 “추가 하락도 가능하나 몇몇 주식은 지금 확실히 싸다”고 했다.

◇”바닥만 기다리는 것은 큰 실수”

-지금 투자를 늘리길 권한다는 뜻인가.

“우리는 지금 하락 중인 사이클 어디쯤 있다. 모두가 ‘시장이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고 과하게 낙관하는 고점도, 모두가 ‘시장은 끝났다’고 좌절하는 저점도 아닌 그 사이다. 누구도 특정 자산을 ‘싸다’ 혹은 ‘비싸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싼 시점’이라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때라고 본다.”

-시장이 더 하락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지금이 바닥이니 모든 돈을 쏟아붓자’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지금은 투자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주장 또한 적절치 않다. 지금 시장은 백화점 세일과 유사하다. 곧 할인율이 더 높아질 듯도 하지만, 원래보다는 싸진 것이 확실한 시점 말이다. 바닥이 올 때까지 투자를 멈추겠다는 생각은 최악이다. 모두의 비관이 극에 달한 바닥에서 매수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느 정도 (주식을) 사고, 가격이 더 싸지면 좀 더 사는 식으로 투자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막스 회장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연준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애쓰고는 있지만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12~24개월 안에 침체가 오고 이후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나서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더 악화할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연준이 돈을 너무 풀었고, 코로나로 잠들었던 생산 시설이 제때 회복되지 못했고, 많은 사람이 일터를 떠났고(임금 상승 유발),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쳤다. 이런 원인이 하나둘 해소되고는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1년 후쯤 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물가가 낮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본지와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은 여러 요인들이 하나씩 해소되고 나서 1년 후쯤 해소되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줌 인터뷰 캡처

◇”시장 주도한 기술주, 닷컴 거품 때보다 강하다”

-2000년 이른바 ‘닷컴 거품’이 붕괴했을 때 많은 회사가 사라졌는데, 그런 일은 없을까.

“지금과 닷컴 거품 때와는 공통점·차이점이 모두 있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유입됐고, 인터넷 관련 기술주들이 특히 많이 오르며 거품을 주도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차이는 기업이다. 1990년대 말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어떤 회사들은 매출도 없는 상태로 상장을 했고 사람들은 이 회사들이 인터넷이라는 미지의 무언가를 통해 성공하리라고 맹목적으로 믿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 지금은 다르다. 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메타) 같은 기업은 수익을 낸 지 10~30년씩 된 강한 회사들이다. 시장 전반의 상황이 악화하면 MS 같은 우량한 회사의 주가가 매우 저렴해지는 때가 온다. 1990년대 말 존재했던 허상뿐인 회사는 ‘저렴하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었다. 매우 큰 차이다.”

-닷컴 거품 당시 인터넷처럼, 사람들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투자하는 자산이 가상화폐 아닐까. 어떻게 전망하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부정적이다. 현금 흐름도 용처도 없으니까. 반면 내 아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는 가상화폐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좀 더 긴 시간, 아마도 10년 정도는 필요할 듯하다. 비트코인은 2020년 초엔 5000달러대를 오가다가 7만달러 가까이 가더니 최근 1만7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 자체가 아직 이 자산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래서 최종 판단은 유보하겠다.”

-약세장을 처음 만나 공포에 질린 초보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투자는 원래 어렵다. 법률·의료·노무 등을 ‘셀프’로 하지 않듯이 경영이나 회계를 모른다면 직접 종목을 고르지 않아야 한다. ‘이 주식, 멋진데’ 같은 무모한 결정을 내리고 성공을 바랄 수는 없다. 이미 주식을 사서 물려 있는 상황이고 그대로 있기 불안하다면 주식을 모두 팔고 남는 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보다는, ETF(상장주식펀드)를 포함한 펀드로 돈을 옮겨 놓길 권한다. 그래야 언젠가 회복될 시장에 참가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 중 “시장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면서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시간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 그리고 이해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못 이해하는 시간 이 둘입니다. 시장은 항상 혼란스럽습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