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한국의 동참 문제를 협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컨퍼런스콜(전화회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2일 오전(한국시간)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9시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화 회의는 미국 측 제안으로 성사돼 약 25분간 진행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에너지 가격 안정과 러시아의 수익 감소를 위해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G7 등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을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것과 정의롭지 않고 불법인 활동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 상한을 두는 것의 장점을 비롯해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G7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가 에너지 판매 대가로 받는 돈을 제한하는 조치다. 원유 가격상한제를 지킨 경우에만 원유 수송에 필요한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방법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한국 또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상한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도출되는 대로 공유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이런 발언은 가격 상한의 수준과 규모, 이행 담보 방안 등이 결정되면 동참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동참을 유보하고 세부방안을 기다리는 것이다.

미국은 연이어 가격 상한제 동참을 설득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27∼29일에는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구상을 설명했다. 불과 며칠 만에 장관 간 전화 회의가 연이어 열린 것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참을 끌어내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이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옐런 장관의 방한(이달 19~20일) 때 직접 만나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옐런 장관의 방한 시 공급망 및 대러시아 제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