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재재(老神在在)’

30일 대만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 3나노 파운드리(위탁 생산) 양산을 발표하자 이 넉 자로 ‘TSMC는 흔들림 없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노신재재는 ‘큰일 앞에서도 여유롭고 차분하다’는 뜻의 대만 속담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통하는 TSMC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 말이었다.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본사 로비에 있는 로고./로이터 뉴스1

대만 언론들은 삼성 3나노 공정 가동에 대해 실체 없는 ‘숫자 마케팅’이라며 일제히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이들은 삼성의 3나노 공정이 TSMC가 양산 중인 4나노 공정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주간지 징주간(鏡周刊)은 “삼성의 3나노 공정은 TSMC의 5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삼성의 고질병인 낮은 수율(收率·불량 없는 완성품의 비율)이 발목 잡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는 선폭이 좁아지면 그만큼 작은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집어넣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삼성의 3나노 공정의 집적도는 TSMC의 5나노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대만 비즈니스넥스트도 “삼성은 TSMC를 앞질러 가는 듯한 착시를 잠시 일으켰을 뿐”이라고 했다.

일간지 자유시보는 “TSMC는 4나노 공정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퀄컴·애플 같은 최고 고객들을 확보한 반면, 삼성은 (4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과 반도체 칩 전류 누설 문제로 외면받는 바람에 3나노 공정을 조기에 내놓아야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대만 IT 매체는 삼성이 이번에 도입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은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TSMC는 2025년 2나노 양산 때나 이 기술을 채택하기 때문에 향후 3년간 삼성이 GAA 기술에서 성과를 내면 TSMC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선 3나노 공정 양산이 절실했던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업계 기술 경쟁에서 1등을 하는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초미세 공정에서 지속적으로 TSMC보다 6개월~1년 정도 기술력이 뒤졌다”며 “무리해서라도 TSMC를 앞질러 가야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