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결정을 한 15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준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미 기준금리는 연 1.5~1.75%로 올라갔다. /AF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5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난 후 “우리는 반드시 물가 안정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만큼은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마치고 나서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했던 자신감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날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낮추고, 실업률 전망은 올리는 방향으로 경제 전망을 수정해 발표했다. 4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어느 정도 경제 둔화를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국 성장률 전망 2.8→1.7%로 하향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서 미 기준금리는 연 1.5~1.75%까지 올랐다. FOMC 위원들은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3.4%까지 상승하리라고 전망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올해 남은 네 차례 회의에서 최소 한 번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야 한다. 연준 기준금리가 3%를 넘어간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말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지난달 회의 때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했던 파월 의장은 이날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강한 고용 시장에 대한 자신감의 강도가 다소 줄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을 일제히 비관적으로 수정했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1.7%로 크게 낮췄고, 실업률 예상치는 3.5%에서 3.7%로 올렸다. JP모건은 “연준의 경제 전망 수정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경제 둔화를 수용할 방침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 가격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주택 시장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만약 집을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약간의 재조정(a bit of a reset)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올려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지금의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변수가 많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 일단 반등했지만 ‘거품’ 붕괴 위험도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직후 글로벌 증시는 오히려 올랐다. 한동안 긴축 공포에 사로잡혀 폭락해온 시장이 다소 반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고된 가운데 결과가 발표되자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파월 의장이 0.75%포인트 인상을 ‘이례적’이라고 표현하며 더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은 영향이었다.

15일 금리 발표 후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5%, 2.5%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코스피는 16일 소폭(0.2%) 반등했고 전일 800선이 무너졌던 코스닥 지수도 802.15로 0.3% 상승해 800선을 회복했다. 이달 들어 급등해온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6일엔 전일보다 4.9원 하락한 1285.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 초래할 시장 충격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며 증시가 급락한 16일 미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거래창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날 다우평균은 2.4%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3%, 4.1% 급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반등세가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요국 기준금리가 연쇄적으로 올라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길게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시장에 낀 ‘거품’이 꺼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연준이 폴 볼커 의장 주도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였을 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며 큰 충격이 발생했었다.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번지며 FOMC 회의 다음날인 17일엔 미 다우평균이 2.4%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3%, 4.1% 폭락했다.

◇브라질·영국 등 금리 ‘도미노 인상’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자 다른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면서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도미노 인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자국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13.25%로 0.5%포인트 올렸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바레인도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씩 올렸다.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대출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영국도 16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5회 연속 인상이다. 2016년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해온 유럽중앙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