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면 연말정산을 위해 연금저축·IRP(개인형퇴직연금)에 허겁지겁 돈을 넣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급하게 가입하다 보니 많은 이가 아무 상품이나 고르고는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연금 상품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시장 상황도 변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과 자금 상황에 따라 연금을 때때로 리모델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봄맞이 ‘연금 리모델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정보를 정리했다.

◇①연금의 ‘현재 성적표’부터 확인하자

연금 상품은 55세 이후까지 유지해야 세금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 번 가입한 상품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같은 계좌 안에서 상품을 갈아타는 일은 금융사 앱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른 연금 계좌로 돈을 옮기거나, 연금저축이나 IRP 등 다른 연금 상품 사이에 갈아타기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엔 금융회사를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등 계좌 내 이체보다는 번거롭다.

연금 상품 점검을 위해선 금융권 전체에 가입해둔 ‘내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연금 포털(100lifeplan.fss.or.kr)’의 ‘내 연금조회’에선 국민연금 및 연금 상품의 적립 현황을 일괄적으로 볼 수 있다. 개별 수익률 조회는 각 금융사 홈페이지·앱 등에서 가능하다.

◇②ISA도 연금 전략에 넣자

보통 ‘연금 상품’이라고 하면 연말정산을 통한 세액 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과 IRP를 떠올리지만 절세 계좌인 ISA도 연금으로 활용하기 좋은 제도다. 연간 2000만원씩 총 1억원까지 돈을 넣을 수 있고 순이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초과분에 대해서도 9.9%로 저율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절세용 상품이다. 만기(3년)가 지나고 나서 60일 이내에 연금저축이나 IRP로 일부 혹은 전액을 옮길 수 있어 연금을 위해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ISA를 연금저축·IRP로 옮기면 전환액의 10%(300만원 한도)까지 추가 세액 공제를 해주기도 하는 등 혜택이 많다.

ISA는 예·적금, 펀드 외에 상장된 주식이나 파생 결합 증권 등에도 투자가 가능해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개별 주식 혹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해외 주식, 리츠(부동산 투자 신탁) 투자가 비교적 용이하단 뜻이다.

◇③지난해 수익률이 ‘진실’은 아니다

금감원은 최근 지난해 은행·보험사 등의 연금 상품 수익률이 증권사에 비해 낮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은행·보험사 연금 계좌에 있는 돈을 증권사로 모두 옮기는 것이 ‘정답’일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엔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이 13.5%,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기준)은 1.8%로 펀드가 압도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8년을 보면 펀드 수익률이 -14.9%, 보험은 1.8%로 펀드 상품 수익률이 훨씬 낮다. 당시에 주식 등 금융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쳐 펀드 투자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원금 보장형인 보험 상품의 수익률은 일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연금은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한 해 수익률만 보고 몰아서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잘 보아가며 상품을 고르고 분산투자를 하는 편이 좋다. 특히 올해는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가능성이 커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의 금리는 올라가고 증시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④'연금 삼총사’ 장단점 점검하자

IRP·연금저축·ISA 등 이른바 ‘연금 삼총사’의 장단점을 따질 필요가 있다. IRP는 연금저축에 비해서는 예금·ETF 등 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만기 전 돈이 필요할 때 일부 해지가 불가능해 세금 16.5%를 내고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한다. 연금저축은 투자 상품이 다소 제한적이지만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ISA는 만기 전에 일부만 중도 해지를 할 수 없고 전체를 해지하면서 그동안 받은 세금 혜택은 토해내야 한다. ISA는 여러 금융회사에 만들 수 없고 전 금융권을 통틀어 1개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⑤수수료는 반드시 확인하자

연금 상품은 가입 기간도 길고 수령 기간도 보통 10년 이상이어서 수수료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자산군에 투자하는 상품이더라도 판매·운용사에 따라 수수료는 제각각이다. 따라서 상품 갈아타기를 하기 전 수수료를 꼼꼼히 점검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돈을 아낄 수 있다. 연금 상품별 수수료는 가입한 금융회사 혹은 금감원 연금 포털 사이트에서 비교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