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 “(일을) 열심히 한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동행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영남이나 호남이 아닌 ‘기타 지역’인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 학연, 지연 없이 여기(부총리)까지 오른 이유는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물러날 때가 된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의 소회를 밝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당장 세종시 관가에서는 “다른 공무원들은 일을 열심히 안 해서 승진을 못 했다는 뜻이냐” “부동산과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정책을 실패해도 열심히 했다고 하면 면피가 되느냐” 같은 비판이 나옵니다. 한 전직 고위 경제 관료는 “영호남이나 서울대 출신 장관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도 지연과 학연 덕분에 고위직에 올랐다는 것이냐”며 “공직자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별로 잘한 일이 없으니 열심히 했다는 핑계를 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으로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있는 반성이나 사과가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이면 재임 기간이 1246일이 됩니다. 문재인 정부 1826일 임기 가운데 68.2%의 기간 동안 경제 사령탑을 맡는 셈입니다.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 홍 부총리는 “아쉬운 것 중 하나”라면서도 “부동산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데 이렇게 (다음 정부에) 넘겨주니까 하향세를 잘 안정시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정치권 요구에 백기(白旗)를 들었다는 의미의 ‘홍백기’, 사사건건 일이 수포로 들어갔다는 뜻의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별명에 “섭섭하다”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현장을 가장 많이 간 경제부총리”라고 자평하고, “자랑은 아니지만 재임 기간 추경을 7번이나 했다.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나중에 책을 쓰면 부제가 개고생 시리즈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말로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이나 경험이 부족한 사회 생활 초년생 정도일 것입니다. 무책임한 변명과 자화자찬에 열심인 부총리에겐 어울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