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관련 세금 상담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공시가 1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20년 넘게 갖고 있는 박모(66)씨는 작년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모두 3500만원의 보유세를 냈다. 1년 전 보유세(530만원)의 6.6배다. 작년에 경기도에 있는 공시가 3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보유세가 오를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6배 넘게 급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택을 상속받아 일시적 2주택자가 될 경우 보유세가 전년도 납부 금액의 최대 10배 이상으로도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세 부담 상한제’를 두고 있지만, 주택을 상속받은 일시적 2주택자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 부담 상한제는 보유세가 1년 전 낸 세금의 1.5배(1주택자)나 3배(다주택자)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시작된 2005년부터 도입됐다.

◇보유세 상한 3배 기준은 ‘가상의 보유세’

100만명에 육박했던 작년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들은 대개 박씨처럼 “주택을 상속받아도 올해 보유세 세액이 작년 보유세의 3배를 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무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주택을 상속받으면 보유세 부담이 전년도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 컨설팅업체 손무의 신규환 대표세무사가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작년 기준으로 공시가격 15억원인 서울의 아파트를 20년 이상 보유한 65세 1주택자 A씨가 작년에 낸 보유세는 재산세(297만원)와 종합부동산세(36만6720원)를 합쳐 333만6720원이었다. 만일 올해 1월 A씨가 경기 수원의 공시가 5억원짜리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보유세는 2299만3045만원(재산세 422만4000원+종합부동산세 1876만9045원)으로 1년 전의 6.9배가 된다. 전년도 보유세의 3배(1001만160원)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주택 상속받을 경우 세부담 상한선(전년도의 3배) 훌쩍 뛰어넘는 보유세

이는 정부가 ‘3배 상한’을 정하는 기준이 작년에 냈던 세금이 아니라 상속 주택을 1년 전에도 갖고 있었다고 가정한 ‘가상의 보유세’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15억원짜리 서울 아파트와 5억원짜리 수원 주택을 갖고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A씨가 지난해 냈어야 할 가상의 보유세는 1646만4294원(재산세 354만원+종합부동산세 1292만4294원)이다. 이 금액의 3배인 4939만2882원이 올해 세 부담 상한선 기준이 되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 부담 상한제는 동일한 주택을 유지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라며 “추가로 주택을 취득해 다주택자가 된 경우 1년 전에도 동일한 주택들을 보유했다고 가정하고 가상의 보유세를 계산해 3배 상한선을 정한다”고 했다. 1주택자가 투자 목적이나 상속으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자 당시 낸 세금을 기준으로 세 부담 상한을 정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다.

◇주택 상속받으면 3대 공제 혜택 사라져

경기도의 한 세무사는 “가상의 보유세라는 개념을 동원해 세금을 매긴다는 말을 듣고 ‘꼭 이렇게까지 걷어야 하냐’며 혀를 내두르는 납세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주택 상속으로 종부세 폭탄을 맞은 납세자들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상속 이후 3년간 다주택자 세율(1.2~6%)이 아닌 1주택자 세율(0.6~3%)을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하기로 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발표한 보완책은 ‘반쪽도 안 되는 개선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율만 1주택자로 적용할 뿐,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고령자 공제(최대 30%)와 장기 보유 공제(최대 50%), 1주택자 기본 공제(단독 명의 기준 11억원) 등 이른바 ‘1주택자 3가지 공제 혜택’은 사라진다. 정부는 “관련 법률을 고쳐야 가능한 사안”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