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연합뉴스

금융 공기업에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본지가 지난해 9개 금융 공기업(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캠코·주택금융공사·서민금융진흥원)에서 신규 선임된 비상임이사(사외이사)와 감사를 전수 조사해보니 전체 23명 가운데 9명이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분류됐다. 정치권 인사들인 데다, 일부는 금융 관련 경력이 부족한 비전문가들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에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를 임명했다. 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출신이다. 김 변호사까지 포함해 예보 임원진 중에서 현 여권에 몸담은 적 있는 사람은 4명으로 늘었다. 이한규 감사는 민주당 정책실장을 지냈고,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비상임이사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 후보였다.

캠코는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로 임명해 내부 반발을 부르고 있다.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 부실 채권 인수 업무를 총괄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 감사나 사외이사는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상근 임원인 상임이사는 대부분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례적 사례로 분류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대선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종철 변호사를 감사로 임명했다. 수은이 작년에 임명한 2명의 비상임이사 중에서도 한 명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변호사였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작년에 선임한 비상임이사 2명이 모두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대선 캠프 경남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권 초중반에 ‘낙하산’이 집중됐지만 이들을 강제로 쫓아내면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정권 후반부에도 계속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