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교육부가 60조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개편하는 논의에 착수한다. 지난 20년간 초‧중‧고 학생수가 33%쯤 줄었는데 같은 기간 교부금은 5배로 늘어나면서 교부금이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향후 학생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걷힌 국세의 20%가량을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개편하자는 게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의 주장이다. 반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교부금을 줄이지 말고 성인 대상 평생교육 예산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라 이번 논의가 근본적인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중 교육교부금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교부금 증가 추세, 적정 교부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식 논의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새해 경제정책방향에 처음으로 담긴 ‘교육교부금 개편’
교육교부금 개편이 정부 새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월급을 주고 학교 용지 매입비, 건물 공사비, 공공요금 등 각종 학교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된다. 교육교부금 개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학생수 감소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교육교부금 액수를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의 20.79%로 못박아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초‧중‧고에 다닐 나이인 만 6~17세 인구는 작년 기준 545만7000명으로 2000년(810만8000명)에 비해 32.7%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작년 53조5000억원으로 20년 전(11조3000억원)의 4.7배다. 경제 규모가 커지며 세수가 늘어난데다 교육교부금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교부금 제도가 생긴 1972년 내국세의 11.8%였던 교육교부금 비율은 2001년 13.0%, 2005년 19.4%, 2008년 20.0%, 2010년 20.27%, 2018년 20.46%로 인상돼왔다.
올해 교육교부금은 59조6000억원으로 작년(53조5000억원)에 비해 6.1% 늘었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4.7% 늘어난 64조3000억원의 교육교부금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학생수 줄어 매년 못쓰고 남는 교부금 6조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교육교부금 제도는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던 1970년대 초기에 중학교 등 상급 학교가 부족해 도입된 장치인데, 학생수가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며 “학생수가 줄어 매년 6조원이 남는 실정”이라고 했다.
내국세의 11.8%를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한다고 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1972년 1월 제정됐다. 중학교 무시험제 실시로 중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면서 중학교를 늘려야 했고, 교사 인건비와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교부금 명목으로 학생 교육에 쓰기로 한 것이다.
◇기재부 “의무 배정 폐지” vs 교육부 “남는 돈 평생교육에”
기재부는 학생수 감소세를 따져 내국세의 20.79%로 설정된 교육교부금 비율을 없애는 방식으로 의무 배정 제도를 폐지하고, 매년 검토를 거쳐 예산을 배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초중고등 교육 용도로 제한된 교육교부금을 평생교육 등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에 관련 협의를 시작한다는 방향만 정해졌을 뿐 범정부 협의체 같은 구체적인 논의 기구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