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하며 헝다의 디폴트가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 건물. /AFP 연합뉴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恒大)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지급 불능)’로 강등하며 헝다의 디폴트가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피치는 헝다가 8250만달러어치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FT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헝다 사태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헝다는 지난 6일 이뤄졌어야 할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헝다 및 채권 보유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및 중국 지도부 등이 공식적인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아 왔다. 피치는 헝다가 이자 지급을 하지 못했지만 파산 신청을 하지는 않았고 회사가 아직 운영되고 있어 ‘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 등급을 매겼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사업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9월부터 헝다가 디폴트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해 왔다. 헝다가 발행한 글로벌(달러 표시) 채권 규모는 약 192억달러로 시장 전문가들은 헝다의 디폴트가 글로벌 자산 시장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 주목 중이다. 또 중국의 다른 부동산 회사들이 헝다와 비슷하게 부실해지면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헝다는 지난 3일 홍콩증권거래소 야간 공시를 통해 ‘2억6000만달러의 채무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혀 디폴트를 예고했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후 성명을 내고 “헝다 사태는 개별 사건으로 중국 전체 부동산 산업이나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파장이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인민은행 이강 총재는 8일 “몇몇 부동산 회사가 초래한 단기적인 위험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악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헝다) 사태는 시장의 사건이고 법에 기반을 둔 시장 지향적인 방식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총재가 지난 2일 홍콩 핀테크 주간에서 화상으로 강연하는 모습. 이강 총재는 헝다 사태에 대해 "법에 기반한 시장 지향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