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3개월을 넘기며 비대면 송년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직원들에게 추천한 20권의 책 목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 위원장이 읽은 책 가운데 골랐다고 한다. 금융 위기나 자산시장 거품 등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과 그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다룬 책들이 많다. 코로나 사태, 집값 폭등, 가계부채 급증 등 위기 상황에서 금융 당국을 이끌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천 목록 1번은 찰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다. 투기적 광기에서 비롯되는 거품과 이에 뒤따르는 금융 위기에 관한 고전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기부터 2001년 아르헨티나 페소화 위기까지 400년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수십 차례의 거품을 분석했다. 2번인 ‘이번엔 다르다’도 금융위기의 역사적 사례를 분석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나타난 수많은 경고 신호를 짚는 내용이다. 국제 금융의 대가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1929년 대공황을 분석한 ‘황금 족쇄’(16위)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중앙은행 총재들의 시각에서 대공황을 진단한 ‘금융의 제왕’(17번)도 목록에 포함됐다. ‘빚투’ 열풍과 유사하게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모두가 번영의 꿈에 젖어있던 때 IT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고하는 ‘비이성적 과열’도 목록에 포함됐다.

가계부채 문제에 집중한 책도 눈에 띄었다. ‘빚으로 지은 집’(3번)은 과다한 가계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규제에 관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부채의 늪과 악마의 유혹 사이에서’(5번)역시 아데어 터너 영국 금융감독원 전 원장이 가계부채의 악영향을 지적한 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진단한 ‘폴트라인’(6번)은 위기의 원인을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신용 제공에서 찾는다.

고 위원장이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며 국회 서면답변에서 언급한 책도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언급한 책들도 독서 목록에 포함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쓴 ‘내러티브 경제학’(14번)은 자산시장 거품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인 것은 합리적인 논리나 객관적인 숫자가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입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행동하는 용기’(7번)와 ‘스트레스 테스트’(4번)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이 각각 2008년 리먼 쇼크가 발생했을 때 오바마 행정부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 대응을 진두지휘한 경험으로 쓴 책이다.

경제 관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경제 위기와 관련한 경험을 풀어쓴 책들도 선정됐다. ‘격동의 시대’(9번)는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회고록이다.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의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10번)도 목록에 포함됐다. ‘벼랑 끝에서’(8번)는 2008년 금융위기 다잇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금융사 구제작업을 진두 지휘했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의 회고록이다.

이외에도 경제사나 금융사를 살펴보고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해 진단하는 책들도 포함됐다. 경제사나 금융사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는 책들도 있다. 엘런 그린스펀의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12번), 시드니 호머와 리처드 실라의 ‘금리의 역사’(18번), 거시경제학의 고전인 밀턴 프리드만의 ‘미국화폐사’ (13번)등이 그 예다. 향후 30년 이내에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세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임을 경고하는 ‘인구 대역전’(19번)도 목록에 올랐다.

◇금융위원장 추천 20권 목록

1.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킨들버거, 로버트 알리버)

2. 이번엔 다르다(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3. 빚으로 지은집(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4. 스트레스 테스트(티모시 가이트너)

5. 부채의 늪과 악마의 유혹 사이에서(아데어 터너)

6. 폴트라인(라구람 라잔)

7. 행동하는 용기(벤 버냉키)

8. 벼랑 끝에서(헨리 폴슨)

9. 격동의 시대(앨런 그린스펀)

10.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로버트 루빈, 제이콥 와이스버그)

11. 비이성적 과열(로버트 쉴러)

12.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앨런 그린스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

13. 미국화폐사(밀턴 프리드먼, 안나 슈워츠)

14. 내러티브 경제학(로버트 실러)

15. 롬바드 스트리트(윌터 바지호트)

16. 황금족쇄(베리 아이캔그린)

17. 금융의 제왕(리아콰트 아메드)

18. 금리의 역사(리처드 실라, 시드니 호머)

19. 인구 대역전(찰스 굿하트, 마노즈 프라단)

20. 미쉬킨의 화폐와 금융(프레드릭 미쉬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