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9%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다. 사진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주유소 모습. /신화 연합뉴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유로스타트(유럽중앙은행 통계 기관)에 따르면 유로존(유로 사용 19국)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9% 급등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 예상치였던 4.5%도 뛰어 넘는 수치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이 이끌었다. 원유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7.4% 급등했다. 식료품·서비스 가격 역시 유럽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연간 물가상승률인 2%를 뛰어 넘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초 코로나 확산 이후 시행해온 돈 풀기를 축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과거 하이퍼인플레이션(극도로 높은 물가상승률)의 ‘악몽’을 경험했던 독일을 중심으로 ECB가 보다 신속히 통화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와이드만 총재는 이날 “물가 전망이 더 높아질 정도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나온 독일의 11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연 5.2%를 기록하며 동·서독 통일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물가상승률이 5%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통화 긴축에 더 속도를 낼 조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0일 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해왔지만 ‘일시적’이라는 정의를 다시 생각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라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계획보다 몇 개월 앞당기는 방안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11월 초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6월에 테이퍼링이 종료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강하고 길게 지속돼 돈 풀기를 거두는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파월이 밝힌 것이다. 코로나 신종 변이 확산 공포에 연준이 테이퍼링에 더 속도를 내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정보다 앞당겨 시행하리라는 불안감이 겹치면서 이날 미 증시는 일제히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다우평균과 S&P500지수는 1.9%, 나스닥은 1.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