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협회들이 운영하는 앱이나 홈페이지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금리 비교·검색 기능을 없애거나 처음부터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금리가 낮은 예·적금, 대출 상품을 찾으려면 앱(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수십~수백개 상품을 모두 조회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불편하니 민간 대출 비교 플랫폼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금융계가 민간 핀테크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 문제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디지털 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상품 비교 가입 앱 'SB톡톡플러스'의 화면(왼쪽). 지난 9월 금리가 낮은 순으로 대출 상품을 정렬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시도별', '거리순' 정렬 기능만 남아 비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핀테크 플랫폼인 토스 앱(오른쪽)에서는 대출 조건 입력 시 가장 금리가 낮은 상품을 바로 보여준다.

◇비대면 앱인데 ‘거리순’ ‘지역별’로 상품 나눠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소속된 저축은행중앙회가 2019년 30억원을 투입해 만든 ‘SB톡톡플러스’ 앱은 66개 저축은행 상품을 한눈에 둘러보고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현행법상 대포통장 방지를 위해 비대면 계좌를 추가로 만들려면 ‘20일(영업일 기준)’이 지나야 하는데 이 앱을 통하면 정기예금에 한해 이런 제한을 피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으로 시중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 이달 초 앱 누적 다운로드 수(89만2000여건)가 작년 말(48만여 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 9월 돌연, 금리별 상품 정렬 버튼이 사라졌다. 예·적금 금리가 높은 순 또는 대출 금리가 낮은 순으로 상품을 정렬해 보는 기능이 없어지고, ‘거리순’ ‘시도별’ ‘인기순’ 정렬 기능만 남았다. 소비자의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저축은행을 순서대로 보여준다거나,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저축은행을 시도별로 묶어놓은 것이다. 인기순 정렬 역시 전국이 아니라 서울, 경기·인천 등 시도별로 인기가 높은 상품을 구분해놨다. 구글 앱스토어에는 “최고 이율 선택을 어렵게 하려고 고의적으로 고쳤나” “비대면 예금이라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 왜 지역별로 구분해놓았나” “한눈에 비교하는 저축은행 금리라고 (앱을) 광고해놓고는 왜 금리별 정렬이 안 되느냐” 등의 이용자 불만글이 넘쳐난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리순 정렬 기능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해명해왔지만, 본지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회 관계자는 “금소법과는 무관하다”며 “금리순 정렬 기능을 넣으면 회원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소비자 편익은 뒷전인 채 회원사 간 카르텔 유지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사 협회도 가나다순으로 업체 비교

카드사와 캐피털사, 리스사 등 63사가 속한 여신금융협회의 상품공시 포털도 마찬가지다. 이 사이트는 업체의 개별상품 정보를 상세하게 공시하지 않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종류별로 업체의 평균 금리만 보여준다. 금리순으로 정렬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체명이 가나다순으로 표시돼있어 소비자는 가장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를 일일이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회 사이트가 좀더 친절하고 자세하면 좋겠지만 일부 업체는 금리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순 비교 기능이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카드사 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보니 금리 비교가 쉬워지면 그만큼 회원을 뺏기기도 쉬워져 대형 업체들이 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민간 플랫폼의 발꿈치도 못 따라가

반면 민간 대출 비교 플랫폼은 금리별 정렬이 기본이다. 핀다는 제휴를 맺은 금융권 대출 상품을 ‘금리순’과 ‘한도순’으로 정렬해 볼 수 있다. 토스는 제휴사 상품 중 가장 낮은 금리의 상품을 딱 하나 골라 대표로 보여준다. 그만큼 고객의 니즈(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이 공공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많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1.7%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내더라도 민간 플랫폼에 입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협회가 불친절한 정보 공시로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회원사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민간 플랫폼처럼 소비자 권익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