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시종일관 주눅 든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문은 최근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을 빚은 플랫폼 기업의 대표들, 그중에서도 김 의장에게 집중됐다. 이날 국감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배보찬 야놀자 대표,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강한승 쿠팡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김 의장은 최근 불거진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거듭 사과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논란이 있을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만약 그러한 부분이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 분리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윤창현 의원(국민의힘) 지적에 대해서는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그 일정을 더 앞당길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의장은 이 회사를 미래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2대 주주로 금융 기업임에도 사실상 산업자본인 카카오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동생 화영씨가 지난해 케이큐브홀딩스를 퇴사하며 받은 퇴직금 14억원이 과도하다는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제가 생각해도 퇴직 급여가 많다”며 또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카카오택시가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가맹 택시 기사들에게 20%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김 의장은 “정말 죄송하다”며 “다만 플랫폼 이용자가 확대될수록 수수료는 점점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지가 소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의 저작권을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신인들에게 권리를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하자 김 의장은 “창작자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숙박 중개 플랫폼 야놀자의 주요 임원들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목 좋은 곳의 모텔을 직접 운영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배보찬 대표는 “말씀 주신 내용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했지만, 모텔 매각 등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지난 8월 서비스를 중단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던 머지포인트의 권남희 대표(머지플러스)는 “환불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어느 정도 환불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