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거래소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대표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강펀치를 맞고 휘청거렸다. 8일 카카오 주가는 전일보다 10.1% 내린 13만8500원, 네이버는 7.9% 하락한 4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13조원 증발했다. 사상 최대폭 감소다. 외국인도 카카오 주식을 약 4400억원, 네이버는 2300억원 팔아치우며 양대 플랫폼 기업의 ‘검은 수요일’을 유발했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와 시장 독점을 비난하는 정치권의 공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보험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 비교 견적 서비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했다. 여당 의원들은 7~8일 카카오의 시장 독점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너무 앞서간 플랫폼 금융에 당국 ‘브레이크’

주가 급락의 방아쇠는 금융 당국이 당겼다. 금융 당국이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핀테크 규제안이 결정적이었다. 금융 당국은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가 금융상품을 비교해 추천하는 서비스를 하려면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경우 보험·펀드 비교 견적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위법이라는 것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등은 금융업자가 아니라 전자금융업자이기 때문에, 다른 규정이 개정되지 않으면 금융상품 중개업을 할 수 없다. 이 규제는 25일부터 적용된다. 네이버는 비교 견적 서비스를 하지는 않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가 다른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규제를 도입한 근거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들었다. 한편에선 IT 회사로부터 출범한 핀테크 회사들이 상품 개발부터 판매, 민원 처리까지 촘촘한 규제 아래 놓인 금융계의 생태를 숙지하지 못해 그동안 너무 앞서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금융 소비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금융 당국과 금융협회 등이 미리 철저히 검증하는데, 플랫폼 기반 서비스는 일단 출시부터 하고 보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로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해진 카카오페이는 8일 “보험 비교 서비스는 자회사이자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 회사인 KP보험서비스가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 발표에 맞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카카오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를 향한 정치권의 공격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경제’를 핵심 안건으로 내세우기로 하고, 카카오를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가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최근 본격 유료화에 나서면서 택시 기사와 갈등을 겪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8일 택시 기사와 대리 기사들을 불러 피해 사례를 발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카카오모빌리티의 ‘갑질’ 방지 대책이 무엇이냐”고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규제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외부 의견을 경청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정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소상공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가 더 심해지리라고 각오하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의 공세엔 이참에 플랫폼 업계를 길들이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