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시장 상인 평균 나이는 57.2세다. 시장의 고령화는 일찌감치 제기된 문제다. 2011년 문화관광부가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청년의 패기로 시장을 혁신한다는 것이다. 이듬해 말 전주남부시장에 청년몰이 들어섰다. 아기자기한 문화적 터치로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오전 대전 동구 중앙시장 내 위치한 ’청년구단‘의 일부 매대가 텅 비어있다./신현종 기자

전국 전통 시장에 39세 이하 청년 자영업자를 위한 ‘몰(mall)’을 설치하는 국가 주도 자영업자 육성 사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정규 사업이 됐다. 5년째 이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1200억원에 가깝다. 전국 36개 ‘청년몰’에 672개 점포가 들어갔고, 이 중 263곳이 폐업했다. ‘청년’ 이미지가 좋아지지도 않았다. 인터넷에는 ‘믿거 청년’이라는 말도 돈다. 만족도가 낮아 ‘믿고 거른다’는 뜻이다.

당시 문화부에 근무했던 공무원은 ‘환상에서 출발한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시범사업이 ‘반짝’ 성공하자 사업은 중기청으로 넘어갔다. “전통 시장, 소상공인 사업을 왜 문화부가 하는가” 하는 소위 ‘나와바리즘’이 작동한 것이다. 2017년 분위기는 이랬다. “중기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고, 예산 집행을 독촉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청년 일자리’ 마케팅이 급했던 정부는 세금을 붓고, 지자체도 매칭펀드로 거들었다. 청년들은 의욕에 넘쳤고, 시장 상인들도 기대했다.

3년 만에 전국 청년몰에서 곡소리가 들려왔다. 대전⋅부산에서 각각 1개의 청년몰이 통째로 폐업했고, 추가로 폐업을 논의하는 곳도 복수다.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영업하는 곳은 490곳으로 영업률은 73.2%다. 점포 하나가 문 열어 몇 년 살아남는가 하는 지표, 즉 생존율은 더 낮다. 2017년 개업한 업체의 경우 2년 이상 생존율이 34%, 2018년 개업 경우 1년 이상이 72%였다. 세금으로 ‘받쳐도’ 생존율 수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은 것이다. 청년몰이 노후 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기여도 분석’은 엄두도 못 낸다.

‘대박집’ 나와도, ‘청년몰’은 쇠락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식당가의 인기 식당, 일본식 튀김덮밥집 ‘온센’은 ‘청년몰’ 출신이다. 2018년 6월 인천신포시장 눈꽃마을 청년몰에서 식당 배달, 주방일 경력을 가진 29세 사장이 시작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임차료를 2년간 내주기로 했고, 회계장부 관리 같은 창업 교육도 시켜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칭찬받자 서울에서, 대구에서 손님이 몰려왔다. 이 식당은 40개 가맹점까지 모았다. 2019년 3억7000만원 매출이 작년 23억원이 됐다. 함께 출연한 ‘만스김밥’도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대전의 박유덕 막걸리, 머스마빱도 방송을 타고 유명해졌다. 성공한 창업기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몰’이 청년 창업가의 산실이 되지는 못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청년몰 사업자에게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점포당 매출은 월평균 560만원, 영업이익률 30~40%를 적용하면 점포당 168만~224만원이 떨어진다. 세금을 쏟아 ‘200만원짜리 사장님’을 만든 셈이다.

‘방송 출연’은 반짝 성공일 뿐

인천 신포시장 눈꽃마을 청년몰을 두 번 찾았다. 지난 8월 24일 화요일 정오, 쇠락한 놀이공원 같은 외양의 청년몰은 30도 가까운 날씨에도 을씨년스러웠다. 영업 중인 식당은 네댓 곳으로 2019년 점포가 빠진 곳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8월 28일 토요일 같은 시각, 다시 그곳을 찾았다. 청년몰과 벽을 대고 있는 신포시장 상점은 주말답게 북적였다. 공갈빵 매장은 20~30명이 줄 서 있었고, 근처 일식당에도 몇 시간씩 대기 손님이 있었다. 청년몰은 달랐다. 몇 점포에 새 점포가 들어온다는 공지가 급히 붙은 걸 빼고는 평일 낮과 흡사했다. 광장에서 만난 두 여성은 “청년몰 대신 신포시장 상점에서 닭강정을 사먹었다”고 했다. 청년몰이 시장 중심 상권과 분리돼 주말 시장 손님마저 받아내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보였다.

지난달 28일 정오, 인천 신포시장 눈꽃마을 청년몰은 평일과 다름없이 한산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청년몰 외관은 인천중구청이 외국 테마파크에서 모티프를 얻어 꾸몄다. /박은주 논설위원

2018년 6월 오픈 때만 해도 눈꽃마을청년몰은 화려했다. 7월 말 방송에 나가자 손님이 몰렸고, 지자체는 예산으로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했다. 손님도, 민원도 많아졌다. 출입구를 막는다, 쓰레기를 누가 치울 거냐 같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구청이 ‘골목식당’ 출연을 위해 협찬으로 2억원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혈세 낭비’라는 시민단체 민원이 거세졌다. 방송 출연 식당도 떼돈을 번 건 아니었다. 손님이 몰려 음식 질이 떨어졌고, 오랜 대기에 손님 불만도 생겼다. 식당이 인근에 2호점을 열자 “세금 지원 받는 청년몰이 대리 영업한다”고 또 민원이 제기됐다. 결국 청년몰에서 식당을 뺐다. “코앞에 추가 매장을 내면 시장 사람들은 손님 빼돌린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공동 목표를 위해 청년몰에 좀 더 있으면 좋았을 텐데.” 신포시장 상인회장 말이다.

당시 방송에 나갔던 4개 매장은 모두 청년몰에서 나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박진희 실장은 “잘돼서 나가는 건 좋은 일이다. 임차료 지원도 2년만 하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했다. 문제는 ‘대박집’과 손님이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 임차료 낮은 곳에 터를 잡은 초기 청년몰은 유동 인구가 적었다. 세금으로 건물은 지어도 손님을 끌어올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한 것이다.

백종원이 안 되면, 이마트가 도와줘!

부산 동구 남문시장은 지난해 “노브랜드몰 입점이 취소되어 청년몰 사업계획을 폐지했다”고 했다. 이마트 자체 제작 상품을 파는 ‘노브랜드몰’은 전통 시장 15곳에 ‘상생 스토어’를 열었다. 시장은 ‘이마트’ 파워로 시장에 새 손님을 끌어올 것이라 기대한다. 1층 어시장-2층 노브랜드몰로 구성된 ‘당진어시장’, 삼척 중앙시장 등이 비교적 성공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노브랜드몰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 예산으로 어린이 놀이방, 도서관, 카페를 지었다. 그래도 성과가 급한 지자체는 이마트를 ‘콜’하지만, 기업은 사양하는 눈치다. 이마트 측에 ‘손해냐 이익이냐’ 물었더니, “손익은 따지지 않고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답이 왔다. 실제로 경동시장의 경우 1층 시장, 2층 노브랜드몰에 들렀다 놀이방에 아이를 맡기고 3층 청년몰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있다.

/자료=중기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몰의 전반적 사업 부진 이유는 수십 가지다. 상권이 없는 곳에 들어섰다, 청년이라고 다 도전 정신이 있는 게 아니더라, 식자재도 시장에서 안 사는데 무슨 상생이냐, 상인들이 알고 보니 민원 대장이더라, 구청 공무원은 규정 타령만 한다, 지자체장이 전임자 사업이라고 예산을 깎는다, 시장 옆에 피자⋅핫도그⋅떡볶이 같은 비슷비슷한 식당만 들인 게 패착이다. 잘되는 비결은 단순했다. ①경쟁력 있는 식음료 ②풍부한 유동 인구 ③SNS 마케팅 능력. 결국 세금 퍼부어 ‘자영업 ABC’를 집단적으로 학습한 셈이다.

중기부는 자료를 통해 ‘청년몰’ 예산이 “2017~2020년 573억원, 2021년은 100억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자체 매칭 예산을 더해보니, 991억원이었다. 2016년 중기청과 지자체가 ‘6대4′ 비율로 투입한 예산만도 183억원이었다. 2016년부터 ‘청년몰’에 쓴 세금은 1200억원에 가깝다. 숨은 지출은 찾아내지도 못했다. 672개 점포로 계산하면 점포당 거의 2억원씩 들어간 셈이다. 몇십만원 임차료 지원을 받은 청년들이 어이없어 할 수치다.

[청년몰, 공동체 정신으로 희망 찾는다]

단체 채팅방서 정보 공유해 온라인 배송 등 활로 찾아

‘1997년 개관한 스페인 빌바오 미술관에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다. 미술관 하나가 도시를 살렸다.’ 쇠락한 도시가 미술관 하나로 살아난다는 이른바 ‘빌바오 효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 예산’을 편성하게 했다. 정작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2008년 9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빌바오 효과라는 말은 개소리(bullshit)다. 지하철·철도·공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인프라 조성이 먼저라는 얘기다.

청년 문화로 전통 시장 체질을 개조한다는 청년몰 사업도 ‘빌바오 환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유통 혁명, 자영업자의 노하우 부족 같은 핵심적 문제를 간과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박진희 실장은 “청년몰 사업은 초기 건물을 임대하거나 매입하는 식의 설비 사업으로 시작했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점포 수 늘리는 시설 투자가 아닌 고급 인큐베이팅 기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 ‘조직의 힘’이 살아 있어 긍정적이다. 1일 기자가 경동시장을 찾았을 때 청년몰 이지은(청산제과)대표는 “조선일보 기자가 청년몰 취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감독 관청, 청년 사업자들은 ‘단체 채팅방’으로 연결돼 각종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청년몰이 단기간에 온라인 배송, 배달로 활로를 찾은 것도 ‘연결성’ 덕이다. ‘인큐베이팅 수준’은 아직 미지수다. 소비자를 움직이는 음식, 영업 노하우를 ‘정부 강사료’ 받고 전수해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참고로 특정 브랜드의 조미료, 양조 식초, 간장으로 ‘평양냉면’ 육수 맛을 내는 노하우 전수료는 10년 전에도 20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