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핵심인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과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추경 관련 의원총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6일 “추경 심사 이전 단계에서 의총 토론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경안에 대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에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간 내분이 벌어진 상황이다. 신용카드 캐시백을 추경에 포함시킨 기획재정부가 “캐시백 관련 업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얼마나 복잡한 일인데 무턱대고 추진한다고 하느냐. 그쪽에서 발표했으니 알아서 하라”고 거부하면서 양 부처가 갈등을 빚고 있다. 캐시백은 개인별 사용액, 8월 이후 증가액 확인 등 신용카드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인데 담당 부처인 금융위가 거부한 것이다.
◇캐시백 방식 폐기 주장까지 나와
부처 간 갈등까지 빚고 있는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 통상적인 신용카드 사용처의 35%는 캐시백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계산이 복잡하고, 소비 진작 효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정 협의에 참여해 추경안의 윤곽을 짰던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에 들어간 것은 다 중소기업 상품”이라며 “(캐시백 받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국밥만 100만원어치 사 먹으란 말이냐”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골목 상권 살리고,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있다”면서 “서민들이 백화점에서 7만원짜리 운동화를 사면 캐시백 대상이 아니고, 고소득층이 전통시장에서 70만원어치 자연 송이를 사면 캐시백을 해준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캐시백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소비 진작을 위해 카드 사용액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3분기 사용액에 대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1.5~2배로 확대해주는 방법이 간단하고 실효성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간단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데 캐시백은 그런 점에서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대신 신용카드 캐시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여당 입장에 떠밀려 추경안의 핵심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은 결국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득 하위 80% 선정 현실적으로 어려워
소득 하위 80% 가구에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도 형평성 논란에 휘말렸다. 아직 정확한 소득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소득 하위 80%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 180%와 유사하다고 설명해 왔다. 올해 중위소득의 180%는 1인 가구 월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이다. 이럴 경우 월세 살면서 연봉 4000만원인 1인 가구, 전세 살면서 부부 연봉 합쳐 8700만원 정도인 1인 자녀 맞벌이 가구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왜 저 사람은 받는데 나는 못 받느냐는 민원이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 추경안이 당정 협의를 거쳤는데도 민주당 내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수진 원내부대표는 이날 “정부의 소득 하위 80% 지급안은 80%와 80.1% 사이에 소득 역전이 생긴다”고 했다. 민주당 의총에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평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해 왔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외부 전문가들이 (지원 대상이) 80%냐 100%냐 등 양측 입장을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캐시백
8~10월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이 2분기(4~6월) 월평균 사용액보다 3% 이상 늘어날 경우 더 쓴 돈의 10%를 환급해 주는 정책.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사람이 8월 123만원을 썼다면 20만원의 10%인 2만원을 카드 포인트로 돌려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