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요즘 하루에 최대 5000만원씩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강북에서는 아파트매물이 씨가 말랐고요. 당초 올 하반기가 아파트 가격 고점(高點) 또는 변곡점이 돼, 내년부터는 부동산 상승세가 꺾일 걸로 예상했는데 최근 시장 흐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고종완(64) 한국자산관리원장이 지난달 30일 내린 분석이다. 건국대와 한양대에서 부동산학 석사와 도시공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부동산·도시계획 관련 대책 회의와 분석 때마다 ‘섭외 0순위’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이다.
한달 전만 해도 고 원장은 “집값에 거품이 전국적으로 10~30% 정도 끼어있어 언제든 집값이 내릴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시기다. 앞으로 2~3년, 늦어도 3~4년 후에 저점 매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랬던 그의 진단이 왜 한 달도 안 돼 180도 바뀐 걸까. 지난달 17일 2시간여의 대면 인터뷰와 지난달 29~30일 두차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브레이크 없는 부동산...올 하반기 더 오른다”
- 지금 부동산 상황을 어떻게 보나?
“브레이크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집값이 오르는 형국이다. 중앙 정부나 여당, 서울시 모두 곁가지 또는 섣부른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 그마저 공조는커녕 반목과 갈등만 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 5월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속절없이 오를 것이다.”
- 당초 ‘2.4 대책’ 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았지 않나?
“그렇다. ‘2.4 대책’에 이어 여당도 부동산 특위를 만들어 규제 완화와 공급확대에 나서 큰 기대를 모았다. 올 4월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도 시장안정의 호재(好材)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엔 서울 강남과 노원구 재건축 가격폭등 같은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지금은 기대가 모두 사라지고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꼴이다.”
-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중앙정부는 여태 LH 조직개편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3기 신도시와 공공주도개발이 표류하며 사실상 중단됐다. 여당의 부동산특위는 공급확대 정책은 고사하고 ‘종부세 최상위 2% 부과’ 같은 변죽만 울리다가 문을 닫았다. 기대감이 더 큰 실망을 낳았다.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이 시장을 크게 자극하는 것도 부담이다. 세입자 이주 대책을 포함해 원칙과 우선순위를 담은 마스터플랜(기본계획)과 후속 대책이 전혀 없어 집값 오름세만 부채질하고 있다.”
◇“無能 실토한 총리...집값 안정 ‘의지’와 ‘수단’ 모두 없어”
고 원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집값 상승을 막을 요인이나 브레이크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에선 올 하반기에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1년 하반기 건설·주택 경기(景氣)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5% 오르고, 전셋값은 이보다 높은 2.3%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올 하반기에 금리가 오르면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까.
“문제는 지금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 경우,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부동산과 금(金) 같은 실물자산 가치가 더 높아져 돈이 그리로 몰린다. 따라서 하반기에 금리가 올라도 땅값과 아파트 값은 더 오르고 부동산으로 돈이 더 쏠릴 것이다.”
- 지난달 23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방법이 있다면, 어디에서 훔쳐서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는데.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스스로 최악의 ‘무능(無能)’과 ‘무지(無知)’한 정부임을 국민들 앞에 실토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어떠한 ‘의지’도, ‘수단’도 없다는 걸 만천하에 보여줬다. 이러니 시장이 계속 들끓을 수 밖에 없다.”
고 원장은 “총리가 그런 말을 할 시간에 전문가들과 끝장토론을 하든가,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면밀하게 연구해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文 정권 부동산 정책은 50~60점...낙제점에 해당”
-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에는 5~7년 상승기, 4~6년 하락 사이클(cycle·주기)이 있지 않았나?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실패 앞에는 이런 사이클도 작동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의 ’25전 25패'로 인해 서울강남 부동산 가격은 8년째, 서울은 7년째 상승하는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상승세가 9~10년으로 장기화되면, 무주택자들과 2030세대의 주택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역대정부 가운데 집값을 가장 잘 관리한 정권은?
“집값관리로 보면 문재인 정부는 50~60점으로 낙제점에 속한다. 가장 잘한 정부는 노태우정권이다. 분당·일산·평촌 등 신도시를 세계 신도시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만들어 주택 200만호를 지어 집값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80~90점급이다. 지금도 노태우 정권 같은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0만호 보급한 노태우 정권...가장 잘 해”
- 다른 정권은 어떤가?
“보금자리 주택 100만호를 지은 MB정권은 80점,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와 대출 완화 정책을 편 박근혜 정권은 70점을 줄 수가 있다.”
-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정책에서 연전연패(連戰連敗)하는 이유는?
“구조적,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시장 상황을 억지로 무시하면서 투기수요억제, 세금중과(重課), 대출강화, 거래규제 일변도 정책을 쏟아 냈기 때문이다. 또 밀실(密室) 정책과 미스매칭된 대책을 남발하면서 모든 단계에서 미숙하고 일방통행을 거듭했다.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실패가 눈덩이처럼 커졌고, 국민의 피로도와 정책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고 원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부동산 세금 수입을 늘리고 자산 증식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 실수나 실패로 보기 어렵다. 정책 실패는 시장 실패보다 더 무섭다.”
◇“생애최초 아파트 반값공급 등 추진해야”
- 내년 5월 출범할 새 정권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전국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지역인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로 적정 수준(105%)에 많이 부족하다. 물량으로는 30만호가 항상 부족하다. 인구 천명당 주택 보급률도 서울(368)이 일본 도쿄(450)보다 낮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 신규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 정부가 선진국처럼 신규주택공급계획을 5~10년 중장기 로드맵으로 자세하고 투명하게 밝히면 무주택자나 2030세대의 구매 심리가 많이 진정될 것이다.”
- 또 다른 방안이 있다면?
“서울시민의 자가(自家)소유율은 48%로 전국평균(56%)이나 수도권평균(51%)보다 낮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전월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주택 보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하돼 세입자이주대책을 면밀하게 세워야 시장이 과열되지 않는다. 또 청년층, 신혼부부를 위한 생애최초아파트 반값공급이나 장기저리융자 제공 등으로 자가소유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 도심재개발시 종상향, 용적률과 층고(層高)를 대폭 완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어도 20년은 ‘아파트 불패 신화’ 계속될 것”
-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불패(不敗)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 될까?
“한국은행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76%가 부동산이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이자 투자자산이며 복합문화오락공간이기도 하다. 젊은 직장인과 고령층일수록 ‘직주의문(직장+주거+의료+문화시설)’ 일체화를 추구하며 고급아파트를 선호한다. 적어도 향후 20년은 ‘아파트 불패신화’가 계속될 것이다.”
그는 “2010년대 초반 아파트 가격 폭락을 예언하는 책들이 나오면서 집을 파는 이가 속출했지만 집값은 거꾸로 상상 이상으로 뛰었다”며 “그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집은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성공의 대명사이자, 중산층 이상이 되기 위한 자격증이나 스펙이 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 현실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 환금성 같은 삼박자 투자가치를 모두 보유한 안전한 투자자산은 아파트 외에는 없다. 주거기능과 자산으로서의 투자기능, 최근에는 은퇴자에게 주택연금 대상으로 연금기능도 추가되고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주택은 개인의 삶에서 ‘다목적 댐’이다.”
- 어떤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인가?
“살기(live) 좋고, 사기(buy) 좋은 아파트이다. 주거편리성(주거가치)과 투자매력도(투자가치)가 높은 집을 ‘슈퍼아파트’라고 부른다. 전체 아파트에서 슈퍼아파트는 30%이며, 10~15%는 갖고 있을수록 손해인 좀비아파트이다. 좀비아파트는 최대한 빨리 파는 게 낫다.”
- 부동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
“대학졸업 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에스원 등에서 일하다가 한국통신으로 옮겼다가 인사부장을 끝으로 IMF 경제위기직후 퇴사했다. 이후 공인중개사(9회) 자격증을 따고 석사학위를 받은 뒤 EBS 부동산학개론 강의와 언론에 칼럼을 쓰면서 유명세를 탄 게 운명을 바꿨다.”
◇“과학적 부동산 투자 기준·지표 정립에 주력”
- 다른 전문가들과 고 원장이 다른 점이라면?
“지부지감(知不之鑑·좋은 부동산을 알아보는 능력)의 원칙과 기준, 즉 좋은 아파트를 과학적 기준으로 밝히려 했다. 주식 투자에서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와 PER, PBR 같은 투자지표처럼, 부동산에서도 그런 평가지표와 체계, 경제적 모형을 만들고자 했다. 2011년 한양대 박사학위 논문부터 ‘자산관리측면에서 부동산가치평가를 위한 지표개발’이었다.”
- 10년 넘게 노력했는데 성과물이라면?
“올 5월에 낸 <살집팔집-슈퍼아파트의 진짜 비밀>이 그간의 연구와 문제의식을 집약한 결정판이다. 책과 인터넷 웹, 모바일 앱 등 3종 세트로 냈다. 아파트 관련 데이터 10년 치에 입지와 희소, 수익, 미래가치라는 4대 부동산가치 측정체계와 20개 투자지표를 적용해 전국 8000개 아파트 단지의 등급을 매겼다. 이를 토대로 ‘살 까’ ‘팔 까’하는 투자 관련 의견과 예측도 제시한다.”
- 시장에서 부동산 유튜브 강좌와 재테크서적이 넘쳐나는데 반응은 어떤가.
“책을 내기까지 4~5번 원고를 완전히 새로 썼다. 10년여에 걸쳐 지표와 빅데이터를 개발한 국내최초의 아파트가치평가 솔루션이다. 그래선지 한 달여만에 1만여권이 팔렸다.”
◇“중개혁신 공동체와 한국형 은퇴 솔류션 만들 것”
- 앞으로 주력할 분야는?
“전국의 공인중개사 3000명으로 구성된 중개혁신공동체인 ‘삼중회’를 만들 것이다. ‘삼중회’는 허위매물과 권리하자(瑕疵), 비싼 매물이 없는 곳이다. ‘삼중회’ 소속 중개업소는 고객에게 해당 아파트가치분석보고서를 비롯해 세금 및 법무서비스, 2~3개월마다 아파트실거래가 변동상황 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이미 서울지역 10개 지회장을 비롯, 전국 곳곳의 개업중개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중장기 비전이 있다면?
“100세 시대를 맞아 실패를 예방하고 자산증식과 교체를 적기에 실행하는데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런 취지에서 부동산과 금융, 자산관리와 평생학습체계 등을 결합한 ‘한국형(型) 은퇴솔루션’과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또 100만명을 대상으로 ‘집행천사’(집 한 채로 행복한 노후준비를 실천하는 사람들)’라는 조직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