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후원 자리에 터를 잡은 청와대의 본관 모습./뉴시스

☞ ①/③에서 계속

조남선 아주대 미래교육원 전임교수는 인터뷰에서 “풍수를 연구하다 보니 청와대 자리가 매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박수 받고 들어가서 나올 때는 욕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풍수전문가인 그가 보는 청와대의 입지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풍수학자들 마다 풍수를 보는 눈이 다르고, 그 결과 처방도 다르기 때문에 풍수에 관한 그의 관점부터 알아야 했다.

풍수(風水)란?

—조 교수가 보기에 풍수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태초에 지구가 만들어질 때 모든 땅은 능선(산줄기)과 물길 두가지로 구분됐다. 그 때 만들어진 능선 형태의 땅을 풍수는 용(龍)이라고 부른다. 용(능선) 속에는 지맥(地脈)이라고 부르는 지구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가 있어서 지기(地氣)가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지구 에너지인 지기는 자연 상태의 물길을 만나면 흐름을 멈추고 지상으로 분출되는데 이곳을 혈(穴)이라고 부르고 가장 좋은 터가 된다.

자연 상태의 물길은 비가 오면 물이 모여 흘러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자연 상태의 물길은 지표상에서도 빗물이 흐르도록 생겼고 지표하에서도 스며든 물이 모여 흐르기 때문에 지표면과 지하 부분이 모두 물기(습기)가 많아 나쁜 자리가 된다. 흔히 말하는 음습(陰濕)한 자리인 것이다.”

구글어스로 본 서울의 지형도. 특정 지역을 확대해 세밀히 보연 숲과 주택지의 위치, 산과 물길의 흐름을 볼 수 있다./구글어스

—지구가 처음 생길 때 빗물이 내려가는 물길이었던 곳은 나쁘니 피하라는 뜻인가?

“그렇다. 산 능선이 있으면 반드시 그 양 옆에는 물이 흘러가는 물길이 있다. 물길이었던 터는 땅이 습하고 찬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쁘다. 이런 터에서 사람이 살게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이 나빠지며 화재 등 안전 사고도 많이 난다. 현지 답사를 다녀 보면 물길 자리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긴다.”

물길 찾기

—어떤 곳이 물길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나?

“구글어스 위성 사진이 2005년 이후부터의 지형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2005년 이후에 만들어진 대규모 택지는 구글어스 위성 사진을 통해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위성 사진을 보면 큰 물길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05년 이전에 만들어진 택지라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판매하는 1대 5000 지형도를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현대 건축에서는 예컨대 아파트 공사를 하면 기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공사를 해서 지표면의 물길을 없애거나 바꾼다고 처음 지구가 만들어질 때 물길이 가지고 있던 땅의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 자연 상태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작은 물길들이 모여 큰 물길을 이루며 강과 바다로 나가는 법칙이 있다.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던 물길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태초의 기본 성질이 없어지거나 바뀌지 않고 그 기운이 계속 남아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신도시 조성 토목공사 시작 전 모습. 산의 능선과 물길을 선명하게 알 수 있다./조남선 교수

—그러면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어느 동은 물길 위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동은 물길이 아닌 능선 위에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구별하나?

“나는 한의사들이 진맥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수맥파를 조사해서 수맥 분포를 파악한다. 수맥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능선마다 규칙에 맞게 분포되어 있는데, 여러 개의 수맥 간격을 분석해서 땅의 태초 지형과 위치를 판단한다.”

물 흐름은 규칙이 있다

—수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아내나?

(조 교수가 가방에서 굵은 은색 쇠막대를 꺼냈다. 한쪽 끝을 잡고 길게 뽑으니 속으로 여러겹 접혀있던 쇠막대가 지휘봉처럼 길게 늘어났다.)

“엘로드라고 하는 수맥 탐지기이다. 이 막대기를 길게 펴서 들고 있으면 이 막대가 수맥파에 끌려서 수맥 쪽으로 끌려간다.”

온라인 쇼핑에서 팔리고 있는 한 수맥탐지기./네이버

—서양 건축에서처럼 천공을 통해 습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맥을 확인하면 되지 않는가?

“수맥은 수십 혹은 수백 미터, 어쩌면 더 깊은 곳에서 흐르는 경우도 많아 천공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맥파를 통해 감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하나의 물길은 동에서 서로, 다른 물길은 서에서 동으로 서로 엇갈리게 움직이면 물길의 움직임을 찾기가 어렵지 않나?

“물길은 이러 저리 중구난방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작은 물길이 합쳐서 큰 물길이 되는 것처럼 땅에도 일관성 있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지표 아래에서도 지표를 구성하는 한 쌍의 중심 수맥이 계란 모양의 타원형으로 벌어진 후 합쳐지면서, 능선을 타고 흐르던 지구 에너지가 그 흐름을 멈추고 지상으로 분출되게 하여 이른바 명당이라고 불리는 혈(穴) 자리가 만들어진다.”

명당의 조건

—요즘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지 못해 난리인데, 물길 위에 있는 아파트가 당첨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분양을 받고 싶은 단지에서 당첨이 되면 일단 계약하되 입주 시점에 물길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터가 좋지 않으면 다른 동으로 바꾸어 입주하라고 권한다. 소유권이 있다고 해서 해가 오는 것은 아니고 건물에서 생활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풍수는 자연 현상을 살피는 것인데, 자연은 인간이 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상태의 땅의 위치를 파악하여 좋은 성질의 땅인지 아닌지 판단해 선택하는 것이다.”

—음택(묘자리)도 같은 원리인가?

“꼭 같은 원리이다. 혈 터는 좋은 것이고 물길 자리는 좋지 않다.”

조 교수의 풍수 원리를 듣는 김에 독자들이 관심 있을 명당(혈)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혈 자리는 어떻게 찾나?

“외형 상으로는 주변 산들이 둘러싸 직풍이 들어오지 않는 곳 중에서 작은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혈 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풍수 전문가라는 사람 100명이 모이면 100명이 모두 혈 찾는 방식이 다르고 지정한 혈 위치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한의사들이 맥을 짚어 질병과 임신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보고 땅에도 어떤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수맥의 분포로 땅을 분석하는 나만의 방법을 고안해 냈다. 내 방법이 옳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검증받겠다는 생각에 ‘중국 황제의 관을 찾다’라는 책을 썼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고 있는 형세의 인천 강화도 정족산성과 전등사.

—어떤 내용인가?

“역대 중국 황제의 무덤 가운데 발굴이나 도굴이 안된 무덤이 두 곳 있는데, 진시황릉과, 당 고종과 측천무후 부부가 합장된 당 건릉이다. 나는 그 책에 어느 지점에서 수직으로 파고 내려가면 그 자리에 관(棺)의 중심이 있을 것이라고 위치를 표기했다. 후대에 그 능들이 발굴되었을 때 내가 책에 표시한 위치에 관이 있다면 나의 혈 찾는 풍수 접근방법이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나라 많은 대학 도서관에 전달해 놨다. 이 내용은 중국인들도 검증할 수 있게 연구 방법과 연구 목적 등은 중국어로 번역해 같은 책에 한중 대조형태로 붙여 놨다.”

청와대 터는 흉지

조 교수가 30년 가까이 연마한 자신만의 풍수 이론에 대해서는 대략 설명을 들었다. 그의 이론을 청와대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청와대 터는 풍수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북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애초에 물길이었던 자리는 습하고 찬 기운이 남아 있어서 토목 공사를 새로 해서 집을 지어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걱정이다.”

—청와대 터가 물길 자리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나?

조 교수가 스마트폰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지금 청와대 본관 터는 다양한 위치에서 찍은 사진들 모두에 뒤쪽에 물길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제일 쉽게 경복궁 북쪽 대문인 신무문에서 봐도 골이 2개가 보인다. 청와대 본관의 위치가 자연 상태의 물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일제 강점기 지형도에 나타난 등고선을 봐도 청와대 본관이 물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주변 산줄기. 산과 산 사이에 물길이 있다.
지형도를 이용해 분석한 청와대 주변의 물길.

—다른 근거는?

“인왕산 전망대에서 청와대와 주변 건물의 지형을 비교해 보면 청와대 본관 지붕만 조금 보인다. 이것은 청와대 본관의 땅바닥이 주변의 땅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풍수는 ‘한마디만 낮아도 물길로 본다’는 격언이 있다. 따라서 청와대 본관이 위치한 곳은 터가 원래 낮은 지역, 즉 물길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인왕산 전망대에서 본 청와대. 청와대 건물 바닥이 비교 대상인 인근 건물의 바닥보다 낮다./'청와대! 새집 줄게 헌집 주오'

역사적 근거

—다른 근거를 하나 더 든다면?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기록한 ‘경복궁 영건일기’에 청와대 영역에 깊은 계곡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경복궁 영건일기 1권 고종 2년 을축년(1865년) 5월 5일 기록을 보면 ‘경회루 연못에 방기풀이 한가득 뭉쳐져 있었는데 오래도록 얽혀 있었다. 삽으로 잘라내고 새끼줄로 묶어서 끌어내니 크게 떠 있는 것은 뗏목과 같았다. 교태전과 문소전 뒤쪽 두 기슭의 담장 밖에 패인 구덩이 자리를 경회루 연못을 준척할 때 나온 방기풀이 섞인 진흙으로 보토하였다’고 되어 있다.”

고종 때 경복궁 경회루 연못을 준척하면서 나온 많은 흙으로 경복궁 후원 쪽을 메웠다는 기록이 있다. 사진은 경회루에서 한복을 입은 시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무슨 뜻인가?

“교태전과 문소전 뒤쪽은 지금 청와대 녹지원 정도로 추정된다. 기록에 의하면 하루 약 2500명의 인부가 한 달을 작업했다고 하니 메운 흙과 풀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위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녹지원 주변이나 현재 청와대 본관 부근의 계곡을 메운 것이다. 청와대 본관 주변이 경복궁 중건 과정에서 물길을 메운 것이 아니라면 노태우 대통령 때 터를 닦으면서 계곡을 메웠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청와대 이전해야

—청와대 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 그리고 부속건물 상당수가 물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는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풍수적으로는 대통령 집무실이나 대통령 관저가 물길에 자리잡고 있어서 음습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경복궁 후원이 복원될 경우 청와대는 어디로 이전해야 할까? 조 교수는 자신의 분석에 근거해 4가지 후보지를 제시했다.

☞ ③/③ 이어 보기

(위의 ‘이어 보기' 아이콘이 클릭되지 않으면 검색창에 ‘조남선 경복궁’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