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위 2% 종합부동산세 징수’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송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위·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 현안 회의’에서 “종부세의 경우 제가 2%안을 만들었다”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상위 2%로 축소하는 방안을 두고 부자 감세 논란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송 대표가 전에 듣도 보도 못하던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금 징수법을 들고 나왔다”며 “종부세 도입 취지에 더 충실하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실행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잇따라 터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현재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까지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세금을 올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인상하면서 종부세 대상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된 사람들의 조세 저항이 심해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자, 송 대표가 상위 2%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상위 2% 기준은 올해 전국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할 때 대략 공시가격 11억원선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 9억~11억원 구간의 20여만가구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상위 2%’ 방안 왜 나왔나?
송 대표의 종부세 징수 방식에 따르면 정부는 한 개인이 보유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더한 뒤에 개인들을 금액이 높은 순서부터 일렬로 세운다. 그리고 맨 위 2%에 대해서만 종부세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게 된다. 송 대표는 왜 이런 방식을 추진할까? 여권의 설명은 이렇다.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될 당시에는 상위 1~2%의 주택 부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에는 4% 가량이 대상이 된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특수한 목적의 세금이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보편세로 점점 바뀌어 가는 셈이다. 앞으로도 매년 주택 가격이 오르면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면 종부세 대상에 새로 편입된 사람들은 종부세에 불만을 표시하며 세금을 면제 받는 면세점(현재 1가구 1주택의 경우 9억원)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매년 올해와 같은 혼란과 관련 법규 개정 상황이 반복된다. 따라서 당초 종부세 도입의 취지에 맞게 아예 상위 2%에만 부과하도록 종부세법에 명시하면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올라도 대상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종부세를 둘러싼 혼란과 반발, 법규정 개정 문제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송 대표의 방식과 달리 지금처럼 매년 면세점을 올리는 방식으로도 종부세 대상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올해 종부세 면세점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리면 ‘상위 2% 종부세’와 거의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상위 2%만 종부세를 내도록 매년 면세점을 올리는 방식과, 상위 2%에 부과하기로 법에 명시한 뒤 상위 2%를 구별짓는 주택 가격선(면세점)을 발표하는 방식은 방법만 다를 뿐 납세 대상자나 세금 납부액은 거의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왜 송 대표는 ‘상위 2%’ 방안을 들고 나왔을까? 국회 관계자는 “송 대표가 종부세 대상자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미 면세점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식의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더라도 포장을 달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허점 1 : 납세자들 저항이 심해진다
세상 일은 의도나 내용이 같다고 하더라도 형식과 절차가 다르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조세 전문가들은 납세자나 세금 납부액이 결과적으로는 같다고 하더라도 송 대표의 ‘상위 2%’ 징세 방안이 형식과 절차상으로 볼 때 면세점 인상 방안보다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먼저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세금 징수법”이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는 주요 자산가인 귀족들이 주로 세금을 냈다. 대혁명 이후에는 자유와 평등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국가의 재정 수입을 부담하는 납세자 범위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주로 과세 대상을 명시하고 금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정하는 방식이 확립됐다. 예컨대 부동산이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길 때 부동산 가액 혹은 근로소득액이 0~1000만원 이하일 경우 세율 10%, 1000만원 초과~2000만원 미만은 20%… 식이다. 납세자들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어느 정도 세금을 낼 지 미리 미리 예측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송 대표의 세금 부과 방식은 예컨대 주택·소득처럼 사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모든 개개인(인두세, 人頭稅)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법에 ‘상위 2%’라고 명시함으로써 특정 납세자 집단을 대상으로 삼는다. 정부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모든 과세 대상물에 대해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해 재정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징벌 수단으로 조세 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뜯어간다는 의미로 납세자들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납세자들은 예컨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이 상위 2%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종부세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정책에 저항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특정한 납세자 집단을 겨냥한 조세 정책은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예로부터 기피했다. 송 대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도 그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2005년 ‘징벌적 세금’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종부세를 도입할 때 상위 1%에게 부과하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고 말했다.
조세 정책의 원칙은 ①국가 유지에 필요한 재정수입을 충당하고 ②소득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상위 1%에게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사법 제도와 달리 조세 제도의 주요 목적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도 상위 1%를 겨냥한 ‘징벌적 종부세’를 시행하면서도 시행 과정에서 과세 대상을 정할 때에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주택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송 대표는 ‘징벌적 과세’라는 정치적 목적을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과세 대상을 ‘상위 2%’로 바꾸었다. 국가의 재정수입을 위한 재정 정책이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정당화 기반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 시장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종부세 제도의 도입 취지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허점 2 : “종부세 당초 취지 약화” 지적
조세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두번째 허점은 ‘상위 2%안’을 도입하면 종부세 도입 목적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종부세를 도입한 배경에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의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기꾼들이 집을 여러채 사들이면서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봤다. 그래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보유주택 가격 상위 2%’를 종부세 대상으로 삼게 되면 이러한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주택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고 가정할 때 현재 9억원 기준을 유지할 경우 주택 가격이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른 다주택자는 종부세 중과 대상이 된다. 정부는 별도의 법 개정 절차 없이 종부세를 강화하는 정책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2% 기준을 적용하면 면세 기준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이 다주택자에게 종부세 제도를 적용하기는 힘들게 된다. 굳이 적용하려면 법을 개정해 종부세 적용 대상을 예컨대 ‘상위 2%’에서 ‘상위 3%’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러나 납세 대상자를 줄이기는 쉬워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새롭게 세금을 내게 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상위 2%’로 정해 놓으면 대상을 다시 늘리기가 어려워 종부세가 주택가격 안정 기능을 상실하고 사실상 주택 부유세로 전환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점 3 :얼치기 부유세
전문가들은 “송 대표가 내놓은 ‘상위 2%’ 제도는 사실상 부자들을 특정해 과세하는 일종의 부유세”라며 “종부세를 주택 부유세로 전환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부유세가 아니라 얼치기 부유세라고 지적한다.
부유세(wealth tax)는 자산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물리는 세금이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에서 맥아더 장군이 시행한 적이 있다. 한동안 시행하다가 과세 대상이 되는 보유 자산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서 중단됐다.
요즘 미국에도 부유세 과세 움직임이 있다. 지난 3월 1일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보유 자산 5000만~10억달러까지는 연간 2%, 10억달러 초과분에 대해서는 연간 3%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재산이 급증한 제프 베이저스 아마존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같은 갑부들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다.
워런 상원의원은 당시 발표문에서 “수퍼부자들은 시장의 규칙을 자신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조작해, 상위 0.1% 부자들이 하위 99% 보다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40%나 증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워런-샌더스 상원의원이 부유세 과세 대상으로 삼은 재산은 부자들의 가계와 신탁자산이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다. 그리고 상위 0.1% 부자가 주요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면서도 부과 방식은 ‘상위 0.1% 부자’가 아니라 ‘5000만달러 이상의 순자산’으로 설정했다.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재산을 부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이에 반해 송 대표의 방식은 과세 대상이 주택에 한정되어 있고 부채도 차감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부유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은행 대출을 잔뜩 끼고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사람은 미국식 기준으로는 부유세 대상이 아니지만, 송 대표 기준으로는 부유세 대상이 된다. 또 주식과 은행 예금을 수백억원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미국식 기준으로는 부유세 대상이지만, 송 대표 기준으로는 부유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허점 4 :예측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법과 정책을 만들어 시행할 경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체계 안정성이다. 안정성은 국민들이 향후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현행 조세 체계를 보면 예컨대 ‘9억원 이하는 면세, 9억원 초과는 과세’처럼 일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 까닭에 올해 주택의 공시가격이 8억9000만원인 사람은 내년에는 부동산원 등이 발표하는 주택가격 동향 지표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주택이 종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아닌지 예상하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하거나 주택 거래를 할 수 있다. 시장경제 중심의 조세 정책이다.
그러나 만약 ‘상위 2%’로 대상을 정하면 작년에 상위 2%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올해 자신이 상위 2%에 포함될지 빠질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자신이 속한 주택의 공시가격 뿐 아니라 전국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개인별로 종합해 순위를 매겨 보아야 2% 기준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국의 모든 부동산 정보를 취합해 순위를 매길 능력을 가진 기관은 국세청 뿐이다. 따라서 6월에 공시가격이 확정되면서 국세청이 2% 기준을 발표한 뒤에야 자신의 종부세 납부 여부와 세금 부담을 알 수 있게 된다. 정부 중심의 조세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또 2% 기준이 어떤 해에는 12억원, 어떤 해에는 13억원, 또 다른 해에는 11.5억원 식으로 매년 변하는 것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주변 집값만 갖고 주택 거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개인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처럼 금액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예측에 더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1~2년 지나면 2% 한계선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불확실하지, 나머지 98% 이상은 전국의 주택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때 종부세 부과 여부가 거의 명확해지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허점 5 :대립과 행정 낭비가 커진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위원장은 부동산특위의 종부세 개편안이 “현행 과세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납세자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제 원리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 중심으로 과세가 이뤄지게 된다. 예컨대 송 대표는 다음번에는 ‘상위 5% 과세안’ ‘상위 10% 과세안’ 등 ‘송영길 징세 법안 2호’, ‘송영길 징세 법안 3호’를 잇따라 내놓을 수 있다. 이 방식은 납세자 혹은 국민을 95대 5, 90대 10으로 나눠서 다수가 소수를 강제하고 압박하는 방식이다. 국민들 간에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조세 제도이다. 조세 제도는 국가 유지를 위해 능력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내놓도록 유도하는 통합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현재의 정책 관점에서 보면 나쁜 제도로 바뀌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세 행정상의 비효율성과 낭비도 있다. 현행 조세 체계 전반과 결이 맞지 않아 내부 모순이 생기고, 모든 자료를 종합해 주택 보유자 서열 매기는 작업도 해야해 행정 실무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 실무자들이 반대할 것이 뻔하므로 김진표 위원장이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지금보다 줄어든 2%로 한정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들 간에 갈등이나 반목도 줄어든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자신감 보이는 여권
송 대표의 ‘상위 2% 종부세’ 방안이 도입되면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조세 실험이 된다. 여권 관계자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실험이지만, 한국이 처음 도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1일쯤 의원 총회를 열어 최종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을 종합하면 결론은 이렇다. 송 대표의 ‘상위 2% 종부세’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종부세 개편안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등장한 기형적인 세금 징수법이다. 이 방안이 의총에서 통과되어 시행되면 부작용은 종부세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세 체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적 갈등과 정치인들의 식견 부족 때문에 조세 제도가 엉망이 되고 국민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