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 등 3곳은 가상 화폐 거래소와 실명(實名) 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은행들은 가상 화폐 거래소의 실명 계좌 관련 신청을 거절하거나, 기준을 강화해 사실상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은 코빗과,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이전부터 체결하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 전문 은행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은행들도 다른 거래소로 실명 계좌 발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0개로 추정되는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가운데 현재 은행과 실명 계좌를 튼 곳은 이 4곳(코빗·빗썸·코인원·업비트)뿐이다.

KB국민은행 등의 가상 화폐 거래소 계좌 거부가 지방은행으로 확산할 경우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대부분이 오는 9월 말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영업할 수 없게 된다. 지난 3월 도입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가상 화폐 거래소에도 자금 세탁 방지 의무가 부여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실명 계좌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 세탁 등 범죄와 연루되거나 해킹 등 금융 사고에 노출될 확률은 높은 반면 수수료 등 관련 수익은 크지 않아 지금은 가상 화폐 거래소와 거래할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군소 거래소들이 대거 폐쇄될 경우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 거래가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 당국은 “9월 말 이전에 은행과 실명 계좌를 튼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가상 화폐 거래소가 200개 있지만 모두 폐쇄가 가능하다. 9월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