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48번이나 언급했다. 코로나(26번)나 백신(13번)보다 많은 횟수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지난해 1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올해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남은 임기 1년 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서 성장률을 높이면 다음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정책 실패를 자인했지만, 기존 정책의 큰 틀을 바꿀 뜻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은 할 말이 없는 상황”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국정 운영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에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6억708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1억1123만원으로 83% 급등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의 ‘패인(敗因)’도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인정했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등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조만간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비율을 높이고,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집값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받아 전셋집도 구하기 어려운 지경을 만들어 놓고 뒤늦게 외양간 고치겠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는 스스로 합격점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출범 초기부터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며 “고용 안전망과 사회 안전망이 강화되고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긍정적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 이전부터 정부 정책에 따른 노동 비용 증가로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코로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경제지표가 견고한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4%대 성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작년 한국 경제가 역성장(-1%)했기 때문에, 4%대 성장은 코로나 이전 경제로 회복된다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후인 1999년(11.5%)이나 글로벌 금융 위기 뒤인 2010년(6.8%)처럼 위기 후 한국 경제는 어김없이 반등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제 복원력이 약화한 상태에서 재정을 효과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무리하게 세금 일자리 등을 만들어 내면 다음 정부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