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지인이 소개한 설계사의 권유로 기존에 가입했던 사망보험금 4000만원짜리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같은 날 사망보험금 5000만원짜리 종신보험에 재가입했다.

신규 상품의 보험료가 3500만원이어서 기존 상품의 보험료(2700만원)보다 800만원가량 비쌌지만, 설계사는 “보험료가 비싸도 사망보험금이 1000만원 늘어나고, 더 좋은 특약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아타기를 하고 보니 기존 보험의 해지 환급금이 2200만원에 불과해 신규 보험 가입을 위해 1300만원을 더 내야 했다. 사망보험금 1000만원을 올리기 위해 보험료 1300만원을 더 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와 같이 보험 계약자의 재무 상태·생애주기에 맞게 보험계약을 재구성해준다는 ‘종신보험 갈아타기’ 영업 피해자가 늘고 있다며 21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케이블TV, 인터넷 포털, 유튜브, 대면 상담 등을 통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보험을 가입하도록 홍보하는 영업 방식으로, ‘보험 리모델링’ ‘보험 재설계’ 등으로 불린다.

◇종신보험 갈아타기, 손해 가능성 높아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 건수는 지난해 총 5만3294만건으로 2019년 대비 4.1%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민원 중 보험 갈아타기로 인한 민원이 올해 들어 한 달 수백 건 규모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종신보험 간 갈아타기는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A씨처럼 보장을 확대하고 싶은 경우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 낫다.

경제 형편이 어려워 보험료를 내기 힘든 경우에는 기존 보험 해지 후 ‘가성비가 좋은’ 신규 보험에 가입하라는 제안에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이럴 때는 기존 종신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감액완납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감액완납은 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고(완납) 보험 가입 금액을 줄이면(감액) 보험 기간과 보험금의 지급 조건 변경 없이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제도다.

급전이 필요해서 14년간 납입한 종신보험을 해지한 후 보장 조건이 같은 보험에 재가입했다가 2600만원을 손해 본 사례도 있다. 기납 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이 적었을 뿐 아니라 피보험자 연령 증가에 따른 보험료 상승도 컸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목돈이 필요한 경우 기존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보험계약 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다”며 “보험계약 대출은 약관에 따라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 조회 등 대출 심사 절차가 생략되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 리모델링은 3가지 확인해야

금감원은 종신보험 간 갈아타기는 반드시 3가지를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우선, 리모델링으로 보험료가 오르는지 여부다.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신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사업비를 두 번 내는 셈이다. 또 보험료는 연령 증가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기존 보험을 장기간 유지하다가 신규 보험으로 리모델링하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 종신보험에 가입이 거절될 수 있는 질병 특약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기존 보험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 신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어서 질병 이력이 생겼다면 기존 보험에서 보장받던 특약이라도 신규 보험 청약 시 가입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다.

예정 이율이 낮아지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예정 이율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 지급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정 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정 이율이 낮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된 보험상품들은 대부분 최근 판매되는 보험상품보다 예정 이율이 높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