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베트남 휴양지 냐짱시의 롯데마트 매장에 손님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 매장은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낸 열다섯 번째 점포다. /롯데마트

20일 오전 8시(현지 시각) 베트남 중부 냐짱 지역 대형 쇼핑몰에 있는 롯데마트. 철제 셔터가 올라가자 입구에서 기다리던 현지 고객 수십 명이 점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개점 기념으로 할인하는 식용유·기저귀 등 생필품을 차지하려는 손님들이었다. 랍스터 찜, 오징어구이 등 바닷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즉석조리 코너에도 손님이 몰렸다. 이곳은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15번째로 연 ‘냐짱 골드코스트점'이다. 한국인에게는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코로나로 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현지인을 겨냥해 문을 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코로나 속에서도 작년 베트남 현지 영업이익이 오히려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관광객·교민 상대로 장사하는 게 아니다. 한국 브랜드를 내세워 현지인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실적을 올리고 점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한류를 앞세워 한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편의점·수퍼도 한국이 최고

GS리테일은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에 편의점 GS25의 100번째 매장을 열었다. 일본계 편의점이 꽉 잡은 베트남 편의점 시장에서 매장 수로 미니스톱(144개)·패밀리마트(139개)에 이어 셋째로, 세븐일레븐(53개)을 앞섰다.

베트남뿐 아니다. BGF리테일의 CU 편의점은 이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편의점 1호점을 열었다. 코로나로 출입 인원을 제한했는데도 첫 열흘간 1만1000명이 넘는 손님이 몰렸다.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는 인플루언서들까지 몰리며 매장 앞에는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이 편의점은 현지 유통업체인 ‘마이뉴스홀딩스'가 일본계 편의점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편의점 브랜드 CU를 들여온 것이다. CU는 올해에만 점포 50개를 새로 열고, 마이뉴스홀딩스가 갖고 있던 기존 점포 530개도 CU 브랜드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마트24 역시 올해 상반기 중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K유통' 업체의 실적도 좋다. GS25 관계자는 “베트남 GS25가 작년 한 해 신규 점포 33개를 열었고, 올해 1~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올랐다”며 “GS25보다 1년 앞서 진출한 해외 편의점 브랜드보다 약 2배 수준의 외형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GS수퍼마켓이 현지 진출 4년 만인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현지인들을 위해 기도실을 마련하고, 푸드코트에 한식과 현지식을 배치해 ‘한국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그룹인 구당가람이 32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GS수퍼마켓은 올해 5개인 점포를 2025년까지 20호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속 한국 상품 마케팅이다. 베트남에서는 2만~5만동(약 1000~2500원) 수준으로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걸 선호하는 특성에 맞춰 즉석조리 코너를 배치하면서 반바오(베트남식 만두), 소시지 등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떡볶이, 라볶이 같은 한국 음식을 함께 팔았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한국 식품을 내놓았다. 현지 한류 팬들이 이 상품을 들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 탐색

동남아 진출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인 국내 유통사에 탈출구가 되고 있다. 국내 편의점은 작년 말 기준 매장 수 4만5280개를 기록해, 올해 5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쇼핑 시장이 이커머스 위주로 재편되면서 마트·백화점들 역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별 경제성장률 연 4~8%대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편의점·수퍼·마트 등의 주 고객인 20~30대 인구가 비중이 높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