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가진 연설에서 2조 달러(약 23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인 2조달러(약 230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기반 시설) 투자 부양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1조달러짜리 인프라 부양책의 2배 규모다. 사업 기간도 길어졌다. 9년 뒤인 2030년까지 계획이 담겨 있다. 미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초,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에 빗대 ‘21세기 뉴딜’이라 불릴 정도다.

한국 GDP보다 큰 막대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서 미국 산업 지형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부양책에 대해 “미국의 과거 모습을 재건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를 발명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뉴딜을 100% 활용할 수 있는 5가지 투자 포인트를 짚어보았다.

◇①다가오는 인플레이션, 위험한 테크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이번 뉴딜에 ‘미국 일자리 계획(The American Jobs Pl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이 민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에 맞춰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치를 중시하면서 비교적 대출을 많이 받아 사업을 하는 테슬라 등의 테크주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인 것도 테크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②지원금이 증세 상쇄할 업종을 찾아라

부양책의 재원은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올리는 등 대부분 증세로 해결할 전망이다. 그래서 이번 부양책은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세금을 올려 부담도 키우는 ‘양날의 검’이다.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증세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 업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도로 등 교통 기반 시설에 6200억달러, 주거 관련 산업에 6900억달러, 제조업 지원·육성에 580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해당 분야는 증세에 따른 악영향보다 부양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큰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디지털 시설 관련 리츠에도 주목

바이든 뉴딜은 미국의 뉴테크 관련 리츠(부동산 펀드)로 돈이 흘러 들어갈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부양책에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1000억달러)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지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리츠가 통신 기지국을 보유하고 통신 사업자에게 이를 임대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 관련 리츠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해당 산업을 고루 담은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3대 통신 리츠와 데이터센터 리츠 등에 투자하는 ETF 등이 유망할 수 있다.

◇④중국과 경합하는 업종이 유리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대’를 이번 부양책의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를 화끈하게 지원해 압도적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초고속 통신 등 중국과의 경쟁 산업에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밴에크 벡터 반도체 ETF(티커 SMH, 미 상장)’는 미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다.

◇⑤전기차를 주목하라

친환경, 중국에 대한 견제, 도로 인프라 개선, 반도체와 배터리 지원 등 바이든 ‘뉴딜’의 여러 영역들이 합쳐지는 분야로 전문가들은 전기차를 꼽는다. 이번 부양책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짓는 등 전기차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대규모 지원책이 포함됐다. 매주 전기차 충전소를 약 1000개씩 짓겠다는 뜻이다. 전기차 확산을 위한 보조금 등으로 1740억달러를 쓰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전기차 대표 업체인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업체나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