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임원이 아닌 부장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으로 1인당 평균 1억4249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곳은 총 8사였다. 지난해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인상률 35%를 기록한 카카오였다.

본지와 기업 분석 전문 회사인 ‘CXO연구소’가 한국거래소 분류 기준에 따라 주요 12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씩 총 120기업이 최근 공시한 2020년 사업 보고서의 임금 내역을 분석했다. 사업 보고서에 나온 임직원 수가 아니라, 고용보험 통계 등을 활용해 휴직자 등을 제외하고 실제 임금을 받는 직원 수를 산출해 분석했다. 이 기업들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은 8305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평사원 연봉 1위는 메리츠증권

최근 공개된 기업인 최고 연봉 순위에선 대기업 오너와 인터넷·게임 업체 경영진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임원 이외에 흔히 평사원으로 불리는 일반 직원 연봉에선 금융 회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메리츠증권에 이어 2위는 NH투자증권이었다. 이 외 톱10에 미래에셋대우(1억1654만원), 삼성생명(1억439만원), 삼성화재(9684만원)도 이름을 올렸다. 비금융권에선 삼성전자(1억2079만원), SK텔레콤(1억1384만원), 에쓰오일(1억684만원) 등이 포함됐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계열사가 10개 중 4개였다.

인터넷·게임 ‘빅3’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중에선 카카오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엔씨소프트(9608만원), 네이버(9495만원) 순이었다. 특히 카카오는 2019년 8000만원에서 35% 올라 120기업 중 최고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업별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은 근무 기간도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그룹에선 ‘형님’ 회사라 할 수 있는 현대차(8648만원)보다 ‘아우’인 기아차(9054만원)가 더 높았다. 이는 기아차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22.1년)가 현대차(18.8년)보다 길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연봉 순위는 일반 직원과는 차이가 있었다. 초고액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 등 등기 임원(이사회 구성원)을 제외하고 흔히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직급을 가진 미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 1위도 메리츠증권(9억462만원)이었다. 2위는 엔씨소프트로 미등기 임원 57명이 평균 7억9358만원씩 받았다. 184억원을 받은 김택진 대표이사 등 등기 임원의 급여는 제외한 것이다. 이마트(6억9113만원), SK하이닉스(6억3413만원), LG생활건강(5억6529만원) 등도 임원 연봉 톱10에 올랐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일반 직원의 연봉은 업종에 따라 엇비슷하게 갈리지만, 임원 연봉은 회사를 이끄는 핵심 인재인 임원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기업의 인사 원칙이 더 큰 영향을 준다”며 “임원들에게 CEO에 맞먹는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임원 연봉은 평사원의 4.8배

지난해 120기업에 속한 미등기 임원 6179명의 평균 연봉은 3억9915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직원 평균 연봉(8305만1000원)의 약 4.8배였다. 이 차이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2019년 임원 연봉은 평균 3억7914원으로 같은 해 일반 직원(8018만원)의 4.7배였다. 임원 평균 연봉이 1년 새 5.3% 오르는 동안, 일반 직원 연봉은 3.4% 인상됐다.

임원과 일반 직원의 규모에서도 차이가 났다. 이 기업들의 임원 수는 2019년 6157명에서 2020년에는 6179명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급여를 받는 일반 직원 수는 77만3180명에서 76만9131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인원 감소에도 임금이 오르면서 기업들의 총인건비는 64조3282억원에서 작년엔 66조2873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