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7일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크게 올리고 기준금리도 2024년까지는 ‘제로’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환호하는 듯했던 증시는 바로 다음 날 고꾸라졌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도 연이어 하락했고요. 전문가들은 파월 회견 후 미국 국채, 그중에서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급등이 증시 하락을 유발했다고 말합니다. 이 국채 금리는 코로나 직후 연 0.5%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지금은 연 1.7%선을 넘은 상태입니다. 도대체 국채 금리가 증시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렇게 증시가 요동칠까요. 그리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만 이렇게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요.

◇Q1. 채권, 그리고 국채는 뭔가요.

“채권은 일정 기간 정해진 금리를 주기로 약속한 투자 자산입니다. 만기가 되면 원래 정한 대로 원금에 이자를 얹어서 돌려줍니다. 다만 만기까지 예금주를 바꿀 수 없는 예금과는 달리, 채권은 언제든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습니다. 채권의 종류는 누가 발행하느냐에 따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서울시 등이 발행하는 지방채, 정부 산하 공사가 발행하는 공채,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으로 나뉩니다. 망해서 돈을 떼일 확률이 낮을수록, 즉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자·원금을 보장하는 미 국채는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채권으로 꼽힙니다.”

◇Q2. 만기까지 금리가 정해졌다면서, 왜 금리가 오르내린다고 하나요.

“‘금리’라고 같은 단어로 표기되지만 이 금리엔 사실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채권을 발행할 때 만기에 주기로 약속한 액면 금리입니다. ‘표면 금리’ 혹은 ‘쿠폰 금리’라 불립니다. 또 하나는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 수요·공급에 따라 오르내리는 금리입니다. ‘채권 금리’ 혹은 ‘채권 수익률’이라 불립니다. 요즘 거론되는 ‘금리’는 채권 수익률을 가리킵니다.

채권 금리(수익률)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예컨대 어떤 채권을 100만원어치 샀고 이 채권의 표면 금리가 연 5%이고 만기가 1년 남았다고 해볼까요. 이 채권을 시장에서 산 투자자는 1년 후에 원금 100만원과 이자 5만원을 합쳐서 105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수익률은 5%가 됩니다. 그런데 이 채권의 인기가 하락해서 가격이 내려간 상태라면 어떨까요. 채권 값이 95만원으로 싸졌다면 이 시점에 채권을 산 사람은 95만원을 투자해서 1년 후에 105만원(채권 원금 100만원+표면 금리 5%에 대한 이자 5만원)을 받게 됩니다. 95만원을 투자해 1년 동안 10만원을 벌었으니, 이 채권 수익률은 10.5%로 표면 금리보다 올라갑니다. 같은 원리로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Q3. 왜 요즘 기사엔 ‘미국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자주 등장하나요.

“이 채권 금리가 주요 투자자들이 가장 유의해서 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10년 만기 국채는 또 미 경제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고 여겨집니다. 미 국채는 만기가 1개월~30년으로 퍼져 있는데 10년이 대략 중간쯤에 있는 만기이기도 합니다. 블룸버그는 ‘만기가 짧은 국채는 연준 기준금리와 밀접히 연동돼 움직이고 만기가 20년 이상으로 길면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다. 10년 만기 국채가 경제 상황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이 국채와 연동해 움직이는 대출 및 채권 금리가 매우 많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미 장기주택담보대출·학자금대출 금리 및 미 달러로 표시해 발행되는 다른 나라 중·장기 채권 금리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와 연동돼 있습니다. JP모건은 미 국채와 금리가 연동하는 글로벌 자산의 규모를 약 50조달러로 추정합니다. 이 중 상당수가 10년 만기 국채와 연동하고요. 이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연준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묶어둔다 해도 시장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그래프

◇Q4. 최근 미 국채 금리는 왜 이렇게 오르나요.

“미 국채 공급이 늘면서 인기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로나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미 정부가 막대한 부양금을 풀기로 했는데 그 돈을 조달하려면 국채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금 지급에 서명했지요. 이 돈 역시 상당 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 대형 은행들이 조만간 국채를 내다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도 시장에 국채 공급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할 즈음에 미 대형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신경 쓰지 않고 국채를 맘껏 사도 된다고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었습니다. 중·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이었습니다. 최근 국채 금리 상승세를 감안해 연준이 이 같은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해주리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연준은 19일 이 규제 완화가 3월 말로 종료된다고 발표해 버렸습니다. 은행들이 그동안 많이 샀던 국채를 어느 정도 시장에 내다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겁니다.”

◇Q5. 미 국채 금리가 오른다고 증시가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채권 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증시가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는 수없이 많으니까요. 여기선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미국 채권 금리의 상승은 금융 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 온 ‘초저금리 시대’가 끝날지 모른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합니다. 현금을 넉넉히 쌓아둔 기업이라면 관계없지만 사업을 키우기 위해 빚을 많이 낼 수밖에 없는 신생 기업이라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달아오른 증시를 끌어올린 주식 중 상당수는 금리가 오르면 타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테크 기업들이었습니다. 적자를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했는데도 코로나 이후 1년간 주가가 8배 폭등한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이유로 앞으로 테크주의 매력이 더 떨어지는 반면, 저금리 시대엔 외면받았던 이른바 ‘가치주’가 더 유망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지수 2020 3월-2021 3월 추이

◇키워드: 미국 10년 만기 국채

미국 정부가 원금과 이자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채권으로 꼽힌다. 미 국채는 만기 1개월~30년까지 있는데 그중 중간 정도에 있어 경기나 물가 전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장기 주택담보대출, 글로벌 채권 금리 등이 이 국채와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이 국채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지난해 2월 코로나 확산 직후 한때 금리가 연 0.5%까지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가 최근엔 국채 공급 증가 등의 이유로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