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에 있는 반포 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재건축 예정지여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 세금 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조선일보 DB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으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필자에게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해 주려면 ①조세 정책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②부동산 시장 동향을 잘 알아야 하며 ③세금 폭탄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핵심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 주공1단지에서 ‘김진식 세무회계사무소∙경민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진식(68) 세무사는 세무 공무원 출신의 공인중개사이다. 더구나 그의 사무실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3시 김 세무사의 사무실로 찾아가니 종합부동산세에 관해 문의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김 세무사는 “올해도 종부세 때문에 난리인데, 내년에는 세금액이 2~3배로 오르면서 체납자들이 늘고 극심한 조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고령 연금 생활자들 가운데에는 ‘살자니 보유세가 무섭고, 팔자니 양도세로 다 빼앗길까 두렵고, 죽자니 상속세가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내년 대선 주자들이 대책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반포동에서 12년째 세무사 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김진식 세무사./김기훈 기자

세무사에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까지 겸해

―세무사 일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1978년에 26세 때 국세청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국세청 산하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 당시, 재산세 등 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양도세 업무를 주로 했다. 17년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독립하기 위해 1990년 말에 세무사 개업을 해 21년째 세무사로 일하고 있다.”

―세무사로 충분할 것 같은데 왜 공인중개사까지 하게 됐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다루다 보니 주택과 토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건축법을 다룬다. 2008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12년째 반포에서 부동산 중개업무를 겸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니 주택임대차법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주택 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세금 징수의 실무 역할을 담당하는 국세청의 정부 세종청사 본청 건물./뉴시스

과거와 양상이 다른 부동산 세금

―국세청 재직 당시와 이후 세무사 생활을 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한 세금 정책을 많이 다뤘을 것 같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대략 10년마다 한번씩 일어나면서 강한 부동산 대책이 많이 나왔다. 대략 기억에 남는 것만 꼽아 보면 1970년대 부동산투기억제세, 1980년대말 토지초과이득세, 1990년대말 종합토지세, 2000년대 택지초과소유부담금과 종합부동산세 등이다. 모두 부동산 보유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초대형 세금 대책들이 나왔지만 대략 2년 정도 있다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거래절벽으로 시행 취소되거나, 대부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나면서 효력이 정지됐다.

정부가 정책 시행 후 1~2년이 지나고 나면 철회하면서 세율도 낮추고 규제도 풀어주니, 장기적으로 보면 주택을 갖고 있는 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봤다. 그 바람에 부동산은 정부의 초강력 대책이 나와도 갖고 버티면 이긴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생겨났다.”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월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첫 발언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까?

“이번에는 좀 다를 수 있다.”

―왜?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초과부담금 같이 과거에 시행된 불로투기억제세들은 과세 대상이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종부세는 과세 대상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전국 인구 대비 종부세 납부자 비율은 높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을 좌우하는 서울에 대상자들이 몰려 있어서 그 충격이 전국에 미칠 것이다.”

충격적인 보유세 폭탄

―반포는 아파트 가격 폭등의 핵심 지대이다. 종부세 폭탄 이후 상황은?

“충격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올해 12월 15일까지 납부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작년보다 100% 혹은 200% 더 나왔다.”

―납세자들의 문의가 많이 오나?

“작년까지만 해도 문의 전화 몇 통 왔었는데, 올해에는 하루에 10~20명씩 사람들이 직접 왔다가고 있다.”

―와서 주로 뭘 물어 보나?

“1가구 2주택 3주택 소유자의 경우 세금이 당연히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1주택을 부부가 공동 소유하는 경우에도 세금이 많이 나왔다며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상당수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세대가 아니라 개인별 기준으로 하게 되면서 부부 공동명의자의 경우 종부세 혜택을 보게 됐다. 그래서 정부가 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부부 공동 명의자의 경우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게 주는 종부세 공제(세금에서 빼주는 것) 혜택을 없앴는데 이번에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혜택의 유무가 종부세액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지난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무상담을 해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예를 들면?

(김 세무사는 일일이 계산해 A4 프린터 용지에 손으로 적은 사례를 보여줬다. 반포 주공1단지 32평형(전용면적 85㎡)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였다. 현재 시가는 36억원 정도이고, 공시 가격은 28억2700만원이었다.)

“만약 1세대 1주택 소유자 가운데 부부 중 1사람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면 올해 종부세는 387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부부가 지분을 50%씩 갖고 있는 경우에는 각각 297만원씩, 둘이 합해 59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지분 비율이 83%대 17%라면 종부세가 부부 합쳐서 1100만원 정도 나왔다.”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 2일 국회가 부부 공동명의의 1세대 1주택자도 원할 경우 고령자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아 종부세 금액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이러한 문제점은 사라질 전망이다.)

32평형 아파트 보유세가 1400만원

―반포는 작년에도 집값이 비쌌다. 작년에도 종부세가 많이 나왔을텐데 왜 별 이야기가 없다가 올해 이렇게 난리인가?

“작년에도 집값이 높았지만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표가 그리 높지 않았다. 아파트 시가의 대략 80%를 공시 가격으로 정하고 공시가격의 80%대 수준을 다시 공정시장가액으로 정한 뒤 이 공정시장가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시가가 올랐을 뿐 아니라 정부가 공시지가와 공정시장가액 비율(2020년 90%, 2021년 95%, 2022년 100%)까지 올렸기 때문에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급등했다. 그 바람에 세금이 폭등하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그래프

―앞의 사례에서 종부세 외에 다른 보유세인 재산세는 얼마나 냈나?

“1000만원 정도 낸 것 같다.”

―그러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올해 적어도 1400만원 정도 냈다는 이야기인데, 내년에는 종부세가 어떻게 되나?

“내년은 정말 큰 폭으로 늘어난다. 세법 대로 계산하면 올해 실제로 납부해야 할 종부세 금액은 매우 큰데, 올해 납부할 세금이 작년보다 150%를 넘지 못하도록 세부담 상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올해의 부동산 가격 추세가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올해 낸 종부세의 3배 정도 내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올해 400만원 종부세를 낸 세대는 내년에는 12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종부세 세율도 1주택자는 올해 0.5~2.7%에서 0.6~3.0%로, 2 주택 이상은 0.6~3.6%에서 1.2~ 6.0%로 오를 예정이다.”

/자료=국세청

궁지에 몰린 고령의 은퇴자들

―앞의 사례를 다시 한 번 보자. 32평형 아파트라면 중산층 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이다. 그런데 시가가 36억원이라면 일반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금액이다. 주인은 어떤 사람인가? 아파트 투기꾼인가?

“연금 생활하는 70대 부부가 산다. 젊었을 때 공기업에 다녔다고 한다. 급여 생활자였는데 1997년에 가격이 쌌을 때 사서 들어왔다. 반포 주공 아파트의 경우 1970년대에는 정부가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아파트 대금을 20년간 분할 납부하도록 지원해 주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그 동안 서울 집 값이 많이 올랐으니 세금이 부담이 되는 고령자들은 팔고 경기도의 한적한 동네로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주택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소득이 없으니 결국에는 팔고 나가게 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니 부동산 세금이 올라가는 것은 맞는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집값이 폭등한 것이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데 세금 폭탄에 떠밀려 오래 살던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안된다고 한다. 자신들의 삶이 자신들의 의지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때문에 엉망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다주택자는 이혼도 고려

―이 주변에는 이런 고가 아파트 비중이 얼마나 되나?

“내가 담당하는 지역은 주로 반포동의 반포주공 1단지, 아크로리버 파크아파트, 한신 15차 아파트(원펜타스), 경남아파트(원베일리) 등인데, 이 지역 아파트 32평형 가운데 시가가 3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50~60%에 달한다. 주변 집값이 다들 많이 올랐다. 집주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지금은 은퇴해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 사람들은 이 많은 세금을 어떻게 내나?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다. 집을 팔려는 사람도 있고 기존 재산으로 내는 사람도 있다. 급여자는 저축을 깨야 하고, 나머지는 빚을 내야 한다.

부부간에 지분 정리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집을 2채 갖고 있는 사람은 ‘이혼해서 각각 집을 1채씩 가지면 1가구 1주택이 되어 세금이 줄어드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세금 때문에 수십 년 같이 살아온 노년 부부의 가정이 파괴되고 황혼 이혼이 늘어날 판이다.”

―그래서 뭐라고 조언하나”

“세금 때문에 이혼하는 것은 너무 심하니, 어차피 낼 세금이라면 자식들에게 증여하라고 조언해준다.”

―2채 가진 사람의 경우 올해 종부세가 얼마나 나왔나?

“2400만원 나왔다. 내년에는 7200만원 정도 내야 할 판이다. 집 주인들은 집 값이 오를까봐 잠을 못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살자니 보유세가 무섭고, 팔자니 양도세로 다 빼앗길까 두렵고, 죽자니 상속세가 겁나서, 살지도 죽지도 못한다고 한다.”

김 세무사는 실효 세율을 따지면 세금 부담은 훨씬 무겁다고 덧붙였다. 실효 세율이란 납세자가 종부세 외에, 종부세에 추가로 붙는 부가세까지 합쳐 실제로 안게 되는 세금 부담이다. 예컨대 재산세를 낼 때에는 재산세액의 20%를 지방교육세로 내야 한다. 또 도시지역 주민들은 재산세 과세 표준의 0.14%를 재산세 도시지역분으로 추가로 내야 한다. 종부세의 경우 종부세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한다. 이런 형태의 부가세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납세자가 내는 실효세율은 원래 세금의 120~125%에 달한다고 한다.

얼어붙은 아파트 매매 시장

‘김 세무사’에게 세금 폭탄의 동향에 관해 물어봤으니 이번에는 ‘김 공인중개사’에게 아파트 시장 동향을 문의하기로 했다.

―아파트 매매 동향은?

“올들어 가격이 올라가다가 10월부터 꺾이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재건축 지역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건축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익은 줄어든데다, 취득자에게 2020년 10월 27일부터 취득자금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 매매 심리가 위축돼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연초나 여름까지는 매매가 있었으나 10월 이후는 매수세가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전국의 주택 매매는 정부의 각종 억제책 영향으로 지난 7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뉴시스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는?

“첫째, 보유세가 증가했고, 둘째, 양도세 중과세 강화, 셋째, 대출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특히 주택의 취득-보유-처분시 중과세로 인해 퇴로가 막혀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에 민감하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반포 주공1단지는 땅 평수가 넓어서 재건축을 하면 집을 1채 가진 사람이 2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2018년 12월 6일 재건축 관리 처분 당시에 전체 2400여 세대 가운데 절반인 1200세대가 ‘1+1’의 2채 신청을 했다.

그런데 지금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가 올라 겁이 나서 ‘1+1’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1+1’을 선택하면 2주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2주택을 원하는 세대수는 300~500세대 정도라고 한다.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서 1주택자로 바꿔 주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2020년 11월 23일부터 2020년 12월 22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분양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전월세 시장 동향은?

“내가 담당하는 지역은 재건축 지역이다 보니 전월세가 매우 싸다. 다른 강남 지역은 32평이면 전세금이 15억~18억원인데, 여기는 5억~6억원 수준이다. 전세 가격이 더 오르지도 않는다. 다른 곳에 비해 전월세의 문제점이나 다툼은 적은 편이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갈등이 많은가?

“전해 듣기로는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주인이 팔려면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는 사람은 자기가 살려고 집을 사려고 하는데 이미 들어 있는 임차인이 비켜주지 않기 때문에 다툼이 많다. 그래서 임차인이 있는 집은 향후 3년 정도는 팔기도 어렵다. 임차인이 매입 희망자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집을 보여주려면 시간당 10만원씩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려고 하는 사람은 한 번쯤은 집안을 둘러보고 사야 할 텐데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으니 난감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세금 폭동 날 수도

―지금의 조세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면 내년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올해 포탄이 떨어졌다면 내년부터는 핵폭탄이 터진다. 내년에는 조세 불복종 현상이 일어날 것 같다.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세금은 서서히 올라가야 하는데, 이건 1~2년 만에 폭등하니 사람들이 견딜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10% 오른다고 해서 세금이 10% 오르는 것이 아니다. 세금 부담은 몇 배가 올라간다.

내년에 세금을 못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의 대선 주자들이 종부세 유보 또는 세율 인하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시민 500여 명(경찰 추산)이 '조세 저항 대국민 집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신발을 벗어던지고 있다./조선일보 DB

보유세 올린다면 거래세는 내려야

김 세무사는 세무 행정 전문가이다. 부동산 세금 정책과 관련한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가져 올 수 있는 세금 정책 방향에 대해 몇가지 물어 보기로 했다.

―주택에 대한 세금 부과기준(고가주택 판단기준)을 면적이 아니라 가격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맞나?

“예전에는 주택 면적이 크면 호화주택이라고 간주해 면적 단위로 매겼다. 지금은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고가주택을 판단해 세금을 매긴다. 가격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맞는다고 본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으니 고가 주택의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15억원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의 세계적 추세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주택을 10년 전에 사서 지금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판다고 해 보자. 지난 10년 동안 매년 가격이 오른만큼 보유세를 많이 내왔다면 10년차에 팔아 생긴 양도소득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다. 이미 매년 가격이 오른 부분을 보유세에 반영해 보유세를 냈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둘 다 높여 놨으니 어찌 보면 보유기간 중 가격상승분에 대하여 이중 과세 형태가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대상 아파트라면 재건축 부담금까지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면 보유기간 가격 상승분에 대하여 삼중 과세가 되는 셈이다. 이런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나중에 양도세 낼 때 보유기간 중 종부세 낸 금액을 빼 주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세법은 재건축 부담금은 양도차익 계산시 필요경비로 인정해 공제해주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는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금으로 투기꾼 잡기는 힘들다

―거래세와 보유세를 모두 묶어 놓으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수 있나?

“부동산 가격이 잠시 안정될 뿐이다. 조세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꾼을 잡을 수는 없다. 금융 정책과 주택 공급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소유에 대한 관념이 매우 강하다. 지금은 가격이 올라버린 뒤에 억제 정책을 쓰니 가격이 하락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가격이 올라 갈 것이다.”

―외국에도 종합부동산세 같은 사례가 있나?

“일본이 1990년에 주택과 토지 가격이 폭등할 때 토지기본법을 제정해 지가 토지세를 도입했었다. 2년 정도 하다가 집값이 폭락하니 지금은 적용을 유보한 상태이다. 우리도 그러한 정책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일본도 1990년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지가토지세를 도입해 부동산 억제책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부야 역./위키피디아.

똘똘한 한 채’의 부작용

―현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에 나서니 사람들이 모두 값비싼 아파트 한 채, 즉 ‘똘똘한 한 채’ 갖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부작용은 없나?

“아파트 가격의 차이에 따라 세금 혜택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 때문이다. 예컨대 지금은 2년 이상 거주하고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는 양도 차익의 80%를 세금 부과 대상에서 빼준다. 아파트 가격의 지역별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을 때는 이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 규정 때문에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라도 어떤 지역 거주자는 2억~3억원만 공제 혜택을 받고, 어떤 지역은 20억~30억원의 공제 혜택을 받아 그 부분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안낸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면에서 보면 부정적이다.”

―공정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는 분명히 이 부분을 고치려 할 것인데, 어떻게 고칠 것 같은가?

“1세대당 소득공제 방식이 있다. 양도차익의 몇 %를 공제해 주는 형태가 아니라 거주 기간별로 매년 일정액을 거주비로 간주해 소득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세대가 한 주택을 사서 10년간 거주할 경우 연간 2000만~3000만원을 주거비 개념으로 계산해 10년간 2억~3억원을 집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서 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이런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1인당 평생 총 2~3회 정도로 제한하면 주택 세금 정책의 소득 재분배 목표가 많이 달성될 것이다.”

―서울은 집 값이 비싸니 연간 거주비 공제액을 높이고 집 값이 싼 지방은 낮추는 방식으로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하나?

“차등을 둘 필요는 없다. 도시와 시골에 같은 공제액 기준을 적용하면 시골 사람들은 주택 양도 때 세금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지방 이주를 유도하게 되어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주택은 보유가 아니라 거주 개념으로 가야 한다. 보유 뿐 아니라 거주를 한 기간 동안에만 이러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발도상 시대 이후로 정부는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 집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인정해줬다. 그래서 주택 장기보유 특별 공제를 해주고, 주택에 대한 세금도 낮춰줬다. 이제 이러한 혜택들이 모두 없어지면 집을 중산층 재산증식 수단으로 묵인해 주던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주택은 개발도상 시대 이후 중산층이 되려는 서민들의 가장 중요한 재산증식 수단이었다. 그래서 정부도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어왔다. 사진은 재건축이 추진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조선일보 DB

가격 하락해도 급락은 없을 듯

당초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나 시계가 5시 30분을 넘어갔다. 세무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면서 인터뷰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기 때문이다. 김 세무사는 한 편으로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랴, 다른 한편으로는 납세 상담을 하랴, 몸이 두 개가 되어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끝내기로 했다.

―향후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

“첫째, 단기적으로는 임대차 3법이 존재하고 재건축 분양가 상한제와 부동산, 특히 주택의 취득-보유-처분시 중과세 및 대출 규제도 시행 중이어서 올해와 내년까지는 보합 혹은 하락 기미를 보일 것 같다. 매달 연금 200만~300만원을 받는 사람들은 세금을 내다 보면 생활이 쪼달리게 된다. 그러면 결국 집을 팔 수 밖에 없다. 내년 6월에는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도 중과되니 그 전에 매물이 나올 것이다.

둘째, 정부가 2020년 7월에 임대주택자 혜택을 없앴는데 그 효과가 150만채 정도 된다. 예전에는 돈 있는 사람이 주택을 사서 임대를 놓으면 정부가 혜택을 많이 줬다. 그러자 많게는 70~80채까지 사서 임대하면서 팔지를 않았다. 지금은 임대주택 혜택을 없애면서 이 사람들이 다주택자가 됐다. 이들이 양도소득세 중과세 조치를 받지 않으려면 내년 5월 31일까지 주택을 팔아야 한다. 자녀 등 특수 관계자에게 변칙적으로 팔 때는 취득세율을 일반적인 3%가 아니라 12%로 올려 적용한다고 하니, 사실상 양도소득세 30%를 내게 되는 엄청난 세율이다. 그래서 임대 주택이 내년 상반기에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10% 정도 하락할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반포의 경우에는 급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금리가 워낙 낮은데다 가격이 떨어지면 들어오려는 매수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급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진식 세무사 겸 공인중개사가 지난 11월 30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 계산한 종합부동산세 세액표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